김용준 성대 중국대학원장 "신(新) 실크로드 횡단해 진짜 전문가 키우겠다"
“한 지역의 전문가가 되려면 우선 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김용준 성균관대 중국대학원장(56·사진)은 중국 대륙 2700㎞를 횡단하는 대장정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석·박사과정 학생과 졸업생, 교수들을 인솔해 중국 시안에서 칭하이성, 신장 지역까지 걷는 것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 대장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김 원장이 이 프로그램을 계획한 건 진정한 의미의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는 반성이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현장 체험이 중요한데 국내 지역학 전문 대학원의 프로그램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지난해 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새로운 교육모델로 일대일로 대장정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중국 곳곳을 두 발로 걸으며 체험하는 것으로 10년간 모든 구간을 완주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첫 원정은 10월에 7일간 약 300㎞ 구간을 걸을 예정이다. 김 원장은 “중국의 벤처 열기, 산업 현장을 눈으로 보고,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중국몽(夢)’을 기획하고 실행할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 ‘루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대외 진출 전략으로 제시한 ‘일대일로’와 연관이 깊다. 육상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해상으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新)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로 이번 탐방을 통해 이를 체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김 원장의 의도다.

김 원장은 평소 “우선 한 지역의 전문가가 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2000년부터 약 2년간 삼성오픈타이드 차이나 초대 사장을 지낸 경험도 이번 계획을 세우는 데 자양분이 됐다. 김 원장은 “중국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 대부분이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사업을 하든, 주재원으로 나가든 중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경험해보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학과 커리큘럼도 현장 이해도를 높이는 과목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어와 영어로만 수업하고 중국 내수시장 공략 전략, 중국 자본시장 투자론, 중국 창업론 등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이 많다. 베이징대, 푸단대, 상하이교통대 등의 명문 경영전문대학원에서 6개월 이상 공부할 기회도 주는 것이 특징이다. 김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또는 중국 유수의 기업에서 한·중 네트워크를 책임지는 중국대학원 출신 중국인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에서 한국인 재벌이 나올 수 있도록 중국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