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냐, 밀양이냐.’ 영남권(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벌어지는 논쟁이 산으로 가고 있다. 신공항 후보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지역 간 첨예한 갈등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어느 지역이 선정돼도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어떤 지역은 탈락하면 불복운동까지 예고해 뒀다. 국책사업이 지역 간 이권사업 쟁탈전으로 둔갑하면서 정쟁거리로 변질하고 말았다. 이러니 신공항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 정상일 수가 없다.

먼저, 신공항이 어떤 비전을 던져줄지에 대한 논의가 완전히 실종됐다. 국민은 해당 지역별로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어떤 미래가 펼쳐진다는 건지를 궁금해한다. 대신 지역마다 서로 헐뜯기 논쟁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부산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필요시 확장도 할 수 있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세워야 한다며 밀양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반면 TK와 경남 북부지역은 우수한 접근성, 경제성 등을 내세워 경남 밀양이 최적지라며 가덕도를 폄하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정치권마저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표에 유리한 쪽으로 속속 가담하고 있다. 정상적 논쟁이 되려야 될 수가 없다.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용역을 맡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오는 24일 이전에 용역결과를 발표한다지만 어느 지역도 승복할 태세가 아니다. 가덕도든 밀양이든 2009년 국토연구원 분석에서 두 지역 다 경제성 미흡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면 각 지역은 지금이라도 신공항 건설을 통해 지역의 경제를 어떻게 혁신시켜 나갈지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게 맞을 것이다.

비용분담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지역마다 국책사업에 사활을 거는 데는 중앙정부가 온통 비용을 부담하는 탓도 크다. 그 지역 정치인도 그런 공짜사업을 얼마나 따오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고 하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신공항도 다르지 않다. 국토 및 항공전문가들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10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누구도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결국 중앙정부가 다 책임질 것이란 걸 전제로 이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래선 지역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길이 없다.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지역은 10조원 중 얼마를 자체적으로 부담할지를 밝혀라. 신공항과 함께 사용후핵연료 부지 등 지역마다 기피하는 다른 국책산업을 패키지로 유치하겠다는 선언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번 기회에 국책사업 입지 선정의 원칙을 바로잡아 신공항을 그 시범 케이스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신공항과 함께 방폐장도 설치하도록 부가조건을 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