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오뚝이 창업가' 전성시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치과의사를 하다 그만두고 2012년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첫 창업을 했다가 쓴맛을 봤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2년 뒤인 2014년 비바리퍼블리카를 설립한 뒤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TOSS)를 출시해 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으고 3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하는 ‘대박’을 냈다.

이 대표처럼 실패를 딛고 재도전해 성공신화를 써나가는 ‘오뚝이 창업가’가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과거에 비해 창업 비용이 크게 낮아진 데다 연대보증 제도 등의 규제가 완화된 것이 재창업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일어서는 스타트업 창업가

스타트업 '오뚝이 창업가' 전성시대
김도연 이음소시어스 대표와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는 첫 창업의 실패로 한동안 업계에 발을 끊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안 대표는 대학 재학 중 검색엔진 개발회사를 차렸으나 자금 및 인력난으로 폐업하며 빚더미에 앉았다. 4년여간 방황한 끝에 2013년 말 하이퍼커넥트를 설립하고 벤처업계로 복귀했다. 그가 2014년 출시한 동영상 채팅 앱(응용프로그램) ‘아자르’는 2년여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5000만건을 돌파했다. 중동과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피플2’라는 SNS를 내놨다가 폐업을 경험한 김 대표는 2010년 소개팅 서비스 ‘이음’을 들고 업계에 복귀했다. 이음은 소셜데이팅 분야에서 국내 최대 업체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한국에 들어와 P2P대출 서비스로 재기를 노리는 김성준 렌딧 대표, 국내 최대 호텔 예약 앱을 만든 데일리호텔의 신인식 대표, 영어교육 앱 산타토익을 개발한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 통합배송센터를 구축해 물류혁신을 꿈꾸는 파슬넷의 최원재 대표 등도 실패를 딛고 다시 창업에 나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이다.

◆모바일 시대, 달라진 창업환경

재창업을 활성화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모바일 시대를 맞아 창업 비용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컨설팅업체인 PwC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지난해 평균 창업 비용은 5000여달러로, 과거 벤처 열풍이 불던 2000년의 500만여달러에 비해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과거에는 웹 페이지 개발이나 서버 구축 등에 자금이 많이 들어갔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앱 개발 비용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창업 비용이나 실패로 인한 손실이 줄어들어 재도전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며 “요즘은 한번에 성공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가가 오히려 드물다”고 설명했다.

재창업을 어렵게 하던 연대보증 제도가 완화된 것도 크게 작용했다. 신용보증기금 등은 올 2월부터 연대보증 면제 대상을 심사등급에 관계없이 설립 5년 내 창업기업으로 확대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과거 재창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창업자 연대보증 제도였다”고 말했다.

실패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실패를 했더라도 배운 게 있고, 이를 다음 사업의 교훈으로 삼는다면 실패가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한두 차례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에게 벤처캐피털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과거 실패를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국내에서도 재도전해 성공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추가영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