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넘긴 논란 끝에 정부가 드론택배 허용 방침을 정한 것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였다. 드론택배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쥐고 있는 9개의 별도 법규가 개정돼야 한다. 다음달에야 이 규제들이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너무 늦었다. 국내 드론 선두업체 B사는 올해 말 내놓을 산업용 드론을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시험 비행하기로 했다. 이 분야에서는 애초부터 규제가 없다시피 한 중국이 사업 추진에 훨씬 나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규제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생생한 사례다.

드론만이 아니다. 미래 먹거리 분야라는 신산업·서비스업 부문에서 유독 한국에만 있는 규제가 많다는 보도다(한경 6월14일자 A1, 4면). 이 부문에서 산업계가 꼽은 국내 규제 75개 중 35개가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국 고유의 소위 ‘갈라파고스형 규제’라는 것이다. 침체된 우리 경제를 이끌 신성장동력 산업이 좀체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일본에 뒤처지고 중국엔 쫓기는 산업경쟁력의 저하 요인도 분명해졌다.

말로는 빅데이터 시대라면서 정작 익명의 위치정보조차 사업에 활용할 수가 없다. 수소충전소는 명확한 설치 규정이 없어 신규 개설이 어렵다. 수소자동차는 현대자동차 도요타 혼다만 개발한 미래형 자동차지만 정작 국내에는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되질 못하는 것이다. 일본 중국에서는 기존 주유소에 병설이 가능하다. 원격진료와 의약품택배는 의사와 약사 등의 반대에 가로막힌 경우다. 이 또한 정부가 규제 철폐로 방향을 잡았으면 책임감과 용기를 갖고 전문자격사그룹의 저항을 돌파해내야 한다.

들여다보면 그럴듯한 이유나 명분 하나쯤 없는 규제가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공직 주변의 이권문제에다 해묵은 ‘완장문화’와 보신주의까지 얽혀 있다. 큰 방향과 목표를 보고 규제개혁에 과감히 나서야 투자가 이뤄진다. 규제만 철폐돼도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지적도 입이 아플 지경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끊듯 접근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도 쉬운 길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간다. 엔진이 식어버린 뒤에는 규제 개선도, 혁파도 다 소용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