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ACT 시험 문제 유출, 고득점을 돈으로 산다?
미국대학입학을 위해 SAT나 ACT 시험을 준비하는 한국학생들이 많다. 이 가운데 지난 2013년 SAT 문제 불법 유출로 인해 한국 교육계가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SAT학원과 학원강사, 심지어는 일부 학부모들이 브로커를 통해 시험 문제를 구입해 유출한 사건이었다.

SAT TEST는 미국교육평가원과 미국대학정보 입시 사이트인 칼리지보드가 주관하며 문제은행방식으로 출제된다. SAT 문제 유출은 이 시험이 문제은행방식이라는 점을 노려 이뤄지는 것이 대다수다. SAT가 전 세계에서 치러지는 국제적인 시험인 것을 이용하여, 시험 실시 국가와 시차가 발생하는 곳에서 미리 시험을 본 뒤 시험 문제를 복원하거나, 몇 년도 기출 문제와 동일하다는 점을 미리 파악하고 유출해 온 사실은 이미 몇 차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시험센터에 배송된 문제지가 사전에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학원가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모 학원에서 수천만 원의 수강료를 지불한 학생에 한해 ACT 시험 당일 새벽에 학원으로 불러내 한 세트의 문제를 풀게 하고 학생들을 시험장에 보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시험장에서 치르는 시험지는 학생이 새벽에 학원에서 풀어 본 문제와 같은 문제들이다. 이로 인해 시험센터와 학원이 유착해 사전에 문제를 유출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CT 시험센터는 미국 ACT본사의 인증을 통해 지정되고, 사설 학원은 시험센터로 지정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국제학교나 비영리법인을 개설해 시험센터로 인증을 받고, 미리 시험지를 제공 받아 유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검찰은 SAT 기출문제 유출로 기소된 학원 및 강사, 브로커들에게 압수한 문제지들을 칼리지보드에 보내 실제 기출문제들과 같은 문제들인지 확인 요청을 했으며,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SAT 기출문제 유출 의혹으로 기소된 강사들 중 일부는 족집게 강사라는 타이틀로 스타강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올해 5월 15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 SAT와 ACT 시험문제 유출을 다뤘다. 실제로 문제지를 입수한 결과 여러 회 차에 걸쳐 출제문제가 순서와 내용까지 똑같은 것을 확인했다. 취재진은 칼리지보드의 답변을 요청했지만 방송 당일까지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방송 이후 검찰은 칼리지보드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칼리지보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문제은행의 문제들과 같은 문제들이라는 사실이었으며, 2013년 사건으로 기소된 학원 및 강사, 브로커들은 모두 이 같은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문제유출 행위가 불법임을 인지하면서도, 고득점을 위해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또한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SAT학원 관계자는 “시험지 유출에 연루됐던 강사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믿고 문제를 구할 수 있는 강사라는 인식이 커서 인기가 많다”며 “수사를 받았던 강사들이 유명세를 타니 문제 유출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문제유출 학원 및 강사, 브로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져 더 이상 문제유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