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두 번째)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첫 번째)이 30일 20대 국회 1호 법안과 2호 법안을 각각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두 번째)과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첫 번째)이 30일 20대 국회 1호 법안과 2호 법안을 각각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가 30일 문을 열자마자 입법 발의 경쟁이 불붙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이날 접수된 법안만 51건(오후 6시 기준)에 달했다. 법제실의 입법 타당성 조사를 끝낸 100여개 법들도 접수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법’ 등 시급한 현안을 다룬 법안도 일부 있지만 지역구 민원성 ‘포퓰리즘 입법’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1호 법안’ 타이틀과 발의 실적 등을 겨냥해 19대에 폐기된 법안을 일부 고친 재발의 관행도 되풀이되고 있다. 19대에 발의된 1만5444건의 의원입법 중 9809건이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전날 무더기 폐기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입법과잉’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1호 법안’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파주평화경제특구법안이다. 박 의원 지역구인 경기 파주에 개성공단을 이을 남북경협 특구를 만들자는 내용이다. 박 의원 보좌관은 지난 27일부터 국회 본관 의안과 앞에서 사흘 동안 진을 치고 밤을 새운 끝에 최초 제출에 성공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도 ‘지역구용 법안’인 울릉도·독도지원 특별법안부터 발의했다.

첫날 최다 발의자는 이찬열 더민주 의원으로 민법, 근로기준법, 지방세법, 부가가치세법 등 10건의 개정안을 무더기로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20대 국회 ‘우선추진 법안’들도 속속 접수됐다. 대부분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이다. 새누리당은 당론 1호 법안인 ‘청년기본법안’과 함께 19대 국회 종료로 폐기된 ‘노동개혁 4법(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보험법·파견법)’ ‘서비스산업발전특별법’ ‘사이버테러방지법’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을 소속 의원 122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재발의했다.

더민주는 우선처리 법안으로 정한 ‘옥시법’ ‘세월호특별법’ 등과 함께 총선 경제민주화 공약 관련 법안을 대거 제출했다. 경제·산업계에 큰 논쟁을 일으킬 법안이 적지 않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은 전·월세 상한제(재계약시 5% 초과 인상 제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임차인 희망시 1회 의무 연장)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남춘 의원은 최근 3년 평균 매출 1500억원, 상시 고용 500명 이상인 민간기업에 매년 3%의 청년 미취업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냈다. 서영교 의원은 소비자 피해 입증책임을 기업에 지우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내놨다.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입법을 통해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불량 규제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류 경영학자 출신인 최운열 더민주 의원은 “법 하나가 생기면 수십 개 규제가 따라붙게 마련인 만큼 의원입법의 법적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