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지난해 아프리카 수단에서 삼성전자 광고판 바로 옆에 ‘물타기용’ 광고판을 세운 뒤 이집트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한 사진.
화웨이가 지난해 아프리카 수단에서 삼성전자 광고판 바로 옆에 ‘물타기용’ 광고판을 세운 뒤 이집트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한 사진.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중국 화웨이가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신흥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노골적으로 비방해 논란이 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나친 ‘노이즈 마케팅’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말레이시아법인은 지난 23일 현지 홍보 대행사를 통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7엣지를 깎아내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화웨이 측은 이 자료에서 “갤럭시S7엣지가 실망스럽다”며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고 혁신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논란이 되자 화웨이 측은 배포한 자료를 수거하고 사과 자료를 내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는 파키스탄 이집트 등지에서도 일어났다. 화웨이는 올해 2월 파키스탄에서 갤럭시S7을 비하하는 보도자료를 미디어와 블로거 등에 배포했다. 이 자료의 제목은 ‘삼성이 불쌍하게도 S7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였다. 또 지난해 이집트에서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P8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6를 비방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보도자료에서 “P8이 혁신적인 옵션과 가격으로 삼성 갤럭시 S6를 물리쳤다”고 표현했다.

비방뿐 아니라 ‘물타기용’ 광고를 내보낸 사례도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아프리카 수단에서 ‘다음은 무엇인가(What’s next)’라는 카피가 적힌 옥외 대형 광고판을 세웠다. 그러자 화웨이는 바로 옆에 ‘다음은 여기에 있다(Next is here)’라는 카피와 함께 자사 로고가 담긴 광고판을 설치한 뒤 이를 찍어 보도자료에 활용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타기 광고와 비방 자료, 최근의 소송전 등이 화웨이의 노이즈 마케팅이란 분석을 내놨다.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화웨이의 소송전은 기술력이 뛰어난 삼성전자를 견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브랜드를 알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