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이 저금리에 힘입어 12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이후 3개월 새 2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보험,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조인 여파로 저축은행, 보험권 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달 이후 2금융권 대출 문턱도 높이기로 했다.
1220조 돌파한 가계빚…정부, 보험 등 2금융 대출도 조인다
◆가계 빚, 또 사상 최대 경신

한국은행은 지난 1분기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이 122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6일 발표했다.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다. 가계신용은 은행, 보험 등 금융권 대출과 결제 전 카드사용액(판매신용)을 합한 것이다.

가계신용 잔액은 2013년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저금리를 등에 업고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가계대출만 따로 떼어내면 1분기 잔액은 1158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0조5000억원(1.8%) 늘었다. 은행권 대출은 569조3000억원으로 5조6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지난해 4분기 18조원에서 올 1분기 5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한은은 “정부가 올해 2월부터 대출심사(여신심사 가이드라인)를 강화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폭증세가 멈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험,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1분기에도 2조7000억원 늘어나 102조2000억원에 달했다.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금융 대출도 조인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함에 따라 은행권에 이어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도 대폭 조이기로 했다. 우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분할상환 및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더 끌어올리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40%로 높이기로 한 분할상환 목표(비중 기준)를 45%(비중 기준)로 상향 조정하고 고정금리 비중도 당초 37.5%에서 4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일시상환·변동금리 대출을 그만큼 줄이겠다는 의미다.

2금융권 대출 문턱도 높이기로 했다. 정부는 7월부터 보험권 주택대출에 대해서도 은행 수준의 여신심사 강화 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보험사로부터 주택구입용 신규 대출을 받을 때 원칙적으로 분할상환 방식 대출만 허용하고, 대출신청 때 소득금액증명원이나 원천징수영수증 등 증빙소득 서류 제출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보험권 주택대출 중 분할상환 대출 비중도 설정하기로 했다. 현재 보험권 전체 주택대출 중 분할상환 비중은 34%가량인데 이를 연말까지 40%로 높이도록 창구지도를 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도 현재 4.2%에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 다음달부터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비중을 높이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분기 5.1%에 불과한 상호금융권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상호금융권의 상가 및 토지 등 비(非)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다음달 행정자치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참여하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대출심사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태명/김유미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