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복제 연구 승인 때 과거 실패 반영한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를 승인할 때 재신청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 승인에 앞서 이전 연구 실패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상은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사진·샘병원 의료원장)은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차병원 줄기세포연구팀의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 계획을 조건부 의결하면서 실패한 연구팀에 똑같은 연구를 허용해줘도 되느냐는 의견이 위원회 내에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연구팀에 재기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의결했지만 앞으로 연구 재신청 기준을 마련해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17일 차병원 연구팀의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 계획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차병원 연구팀은 2009년 체세포 배아복제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 연구를 했다. 이번에도 같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연구는 2020년 말까지 허용된다. 박 위원장은 “냉동 난자가 수백 개 쓰이는 연구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연구가 실패했을 때 허가하는 기준을 마련해 엄격하게 심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명공학 관련 연구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전 실패까지 평가해 선별적으로 승인해주겠다는 것은 연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연구는 실패에 대한 관용이 필요하다”며 “연구 자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연구 과정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이날 ‘생명존중을 위한 선언문’도 발표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생명 경시 풍조에 따라 다양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사회 활동의 준거가 되는 생명존중을 위한 기본 원칙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 체세포 배아복제

핵을 제거한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배아(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추출하는 것. 배아줄기세포는 인간 조직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다.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질환 치료 연구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