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신뢰가 안가요"…'밴드'로 몰리는 엄지족
[ 박희진 기자 ] '다들 연금보험, 저축보험 어떤 상품 가입하셨는지 댓글 달아주실 수 있나요?'

'연금은 부부가 하나씩 갖고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처음 펀드 들려고 하는데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수익률 높은 게 나을까요?'


사회초년생들이 모여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밴드 '초봉수비대'에 올라온 글들이다. 지난 3월 처음 만들어진 이 밴드는 2개월도 안돼 회원 2700명을 끌어모았다.

네이버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만든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가 커뮤니티 밴드 효과에 힘입어 조용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경쟁 서비스인 '카카오스토리'에서 뺏은 승기를 쉽게 놓지 않는 모습이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밴드의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순이용자 수는 3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순이용자 수란 한 번 이상 앱을 실행한 이용자 수다.

지난달 밴드의 순이용자 수는 1516만9900명을 기록했으며 2위인 카카오스토리는 1449만2500명으로 집계됐다.

이용자들의 충성도와 서비스 영향력을 보여주는 체류시간(이용시간)의 격차는 더 크다. 지난달 밴드의 총 체류시간은 21억6800만분으로 11개월 연속 2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3월 처음 밴드에 역전 당한 카카오스토리는 현재 3위에 머물러있다. 지난달 총 체류시간은 14억1400만분에 그쳤다. 1위는 페이스북으로 66억600만분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처음 나타났던 카카오스토리와 밴드의 역전 현상이 더욱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초까지 국내 SNS 시장에선 카카오스토리가 이용자 수와 이용시간 모두 밴드를 앞섰다.

밴드에 엄지족이 몰리기 시작한 시기는 커뮤니티 밴드가 등장한 시점과 맞물린다. 지인 기반 폐쇄형 SNS로 시작한 밴드는 지난해 3월 누구나 관심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밴드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자 커뮤니티 밴드를 선보였다"며 "체류시간 증가를 의미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는 신뢰가 안가요"…'밴드'로 몰리는 엄지족
커뮤니티 밴드는 카페와 같은 기존 온라인 커뮤니티와 모바일 SNS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는 점은 카페와 닮았다. 짧은 분량의 콘텐츠와 즉각적인 피드백은 모바일용 SNS와 비슷하다. 밴드 이용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관심사를 간단한 경로로 빠르게 소비하며 다른 이들과 의견도 주고받을 수 있는 셈이다.

회원수가 1만명이 넘는 커뮤니티 밴드 '다이소 털이범'의 게시물은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점인 다이소에서 구입한 제품 사진과 짧은 설명들이 대부분이다. 겉보기는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과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 보는 '팔로워'들이 아니라 정보를 상호 교류하는 '멤버'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네이버 관계자는 "다이소털이범의 경우 다양한 연령대의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는 인기 커뮤니티 밴드 중 하나"라며 "최근엔 스터디형 커뮤니티 밴드가 늘어나면서 학습용도로 밴드를 사용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카페보다는 세분화된 관심사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회원들 간 신뢰나 친밀도도 비교적 높다.

초봉수비대 설립자인 닉네임 대장은 밴드 공지사항을 통해 "사회초년생을 영업 대상으로 본 재무설계사들이 재테크 카페에 제공하는 정보엔 신뢰가 가지 않았다"며 "서로 절약한 것을 인증하고 새로운 재테크 방법을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재테크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