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난사군도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9위다. 다소비 구조 못지 않게 96%를 수입하는 해외의존도는 더욱 취약점이다. 석유비중이 제일 높다. 석유는 세계의 화약고라는 중동에서 선적한 다음 수만리 분쟁의 바다를 무사히 통과해야 파이프를 내릴 수 있다. 가격 변동보다는 때로 국제 안보지형의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도 한국의 주요한 원유도입 루트다. 중국 남부와 인도차이나반도, 필리핀과 보르네오로 둘러싸인 한반도 6배(125만㎢)의 이 바다에 긴장의 파고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대표적인 국제 분쟁지역으로 꼽힌다.

남중국해에 분쟁의 파고가 높아진 것은 중국의 거침없는 행보 때문이다. 이 바다에는 작은 섬들이 많다. 모래 사(沙)자가 들어가는 난사, 중사, 서사, 동사 군도라는 이름처럼 작은 모래 섬들이거나 해저의 산호초다. 경제력만큼이나 군사력도 꾸준히 키워온 중국이 이 섬들에 인공시설물들을 설치하면서 영유권 다툼에 불을 지피고 있다. 베트남 등 관련국과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막대한 해저자원과 수산자원에다 전략적 가치를 감안하면 어느쪽도 쉽게 양보하기가 어렵다.

맨 위쪽 동사군도와 필리핀에 근접한 중사군도는 간조 때에나 일부가 드러나는 산호 암초지대다. 그래도 중국 대만 필리핀 3국이 권리를 다투고 있다. 파라셀 군도라고 하는 서사군도에는 우물도 있다. 서사군도의 동쪽 섬만 장악해 왔던 중국은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 막바지였던 1974년 당시만 해도 베트남 관할이었던 서쪽 5개 섬까지 차지해버렸다. 지금은 하이난섬과 연계된 관광지로 개발 중이다.

지금 분쟁지역은 난사군도다. 베트남도 ‘쯔응사군도’라는 고유의 이름을 내세우며 이곳만은 양보 못 한다는 분위기다. 필리핀은 ‘칼라얀 군도’라고 하고, 말레이시아도 영어식 ‘스프트랠리 군도’라며 영유권 분쟁에 동참해 있다. 대만과 브루나이까지 6개국이 싸우는 뜨거운 바다다.

오바마 대통령이 엊그제 하노이 연설에서 “(남중국해) 주권은 보장돼야 한다. 대국은 소국을 괴롭히지 마라”고 한 것은 명백한 베트남 편들기였다. 중국 외교부가 “역외국가는 지역 국가의 규칙과 질서를 존중하라”고 즉각 반박한 것에서는 이 지역 골목대장의 불편한 심기가 읽힌다. 중국은 100여개의 산호초와 최대 4m 높이의 9개 섬에 대한 실효지배를 위해 모래제방 공사 등 물량을 퍼부어왔다. 동중국해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센가쿠열도를 놓고 분쟁 중이다. 단지 유조선의 안전만이 관심사는 아니다. 먼바다 남중국해의 분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시대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