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갇힌 신산업] 공공 SW 대기업 참여 제한 '오락가락'…중기도 못 살리고 SW산업만 죽였다
대표적 신산업인 소프트웨어(SW)산업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혼선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서울지하철 2기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하면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다. 2013년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된 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정보기술(IT) 기업은 공공에서 발주하는 SW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당시 정부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이 공공 시장에서 저가로 일감을 수주해 하청업체들의 공급 단가를 후려치는 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법은 중소·중견기업 육성이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한 한국경영정보학회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개정된 뒤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 중소·중견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 300억~8000억원 미만 중견기업 중 공공 정보화 사업에 참여한 22개 기업은 개정법이 시행된 2013년 평균 매출이 896억원에서 2014년 977억원으로 늘었다. 공공부문 비중도 34%에서 49%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1.6%에서 0.1%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11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신산업 분야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제도 운영지침’을 내놓고 공공에서 SW 사업을 발주할 때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SW 기반 신기술을 적용할 경우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신기술에 대한 공공부문의 신규 수요가 많아졌는데 대기업 역량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공공 시장에 대한 내부 구조조정을 마친 상태다. 업계 1위 업체인 삼성SDS는 2013년 7월 공공부문 조직을 없애고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2위 업체인 LG CNS도 2014년 12월 공공사업본부를 금융사업본부와 통합하는 등 조직을 축소했다. 이 교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중소 IT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대기업들의 시장 참여만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며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 때문에 SW산업이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