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는 어떻게 '미국판 다보스포럼'이 됐나
매년 1월과 5월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힐튼호텔의 인터내셔널볼룸은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사람으로 가득 찬다. 1월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5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투자 대가들이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올해도 브리지워터 등 월가의 추앙받는 헤지펀드와 블랙스톤, 칼라일 등 세계 1, 2위를 다투는 사모펀드 설립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자신의 투자철학과 성공 비결을 ‘후학’에게 들려줬다.

“시장이 비관적일 때가 최고 투자 기회라는 믿음이 있으며 올해 1분기가 그 사실을 확인해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 강화가 오히려 민간 대출시장에서 풍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투자 대가들의 발언에 청중은 귀를 기울였다.

200개가 넘는 주제별 세션에선 롤러코스터를 타는 금융시장과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글로벌 경기상황에서 ‘알파(초과수익률)’를 내기 위한 다양한 예측과 분석이 오갔다. 신흥시장에 여전히 엄청난 투자 기회가 숨어 있으며 지수만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의 함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주목받았다.

투자뿐만 아니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기술에 대해 투자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했고,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과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마이크를 잡았다.

자본주의 위기 원인에 대해 석학들의 분석이 이어졌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하기 위해 군 장성과 유명 정치컨설턴트도 초청됐다. 700여명의 최고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들려줬다. 저녁시간에는 연회장에서 사전에 약속한 투자자를 만나기 위해 모임이 열렸고, 세계에서 날아온 참석자들은 명함을 교환하며 밤늦게까지 토론을 벌였다.

한 참석자는 “밀컨 콘퍼런스는 투자 대가들의 각축장이기도 하지만 최신 금융기법과 신기술, 관심 분야 사업파트너까지 구할 수 있는 1석3조의 기회”라며 “미국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명성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심기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