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소→대, LG 대→소…반대로 가는 OLED 전략
상대의 강점을 어떻게 빨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가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 화두다. 지난해부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관련해서다.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주로 스마트폰에 쓰이는 중소형에 강점을 보여왔다. LG디스플레이는 TV에 들어가는 대형 패널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중소형 OLED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의 대형 OLED 양산 결정 시점도 업계 최대 관심사다.

두 회사가 각각 중소형과 대형에 강점을 갖게 된 건 그룹 관계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 전략에 따라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중소형 OLED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다른 스마트폰과의 차별화를 위해 갤럭시S3에 OLED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반면 LG전자는 OLED를 스마트폰에 사용하지 않아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를 생산해도 판매할 곳이 없었다.

대형 OLED에서는 정반대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부터 OLED 패널 양산에 나섰다. 2012년 말 LG전자가 OLED TV 본격 생산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패널 단가가 비싸다는 점 등을 들어 OLED TV 시장 진출을 미루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OLED TV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OLED 시장이 성장하면서 양사 모두 2~3년간 지속해오던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형에서는 애플이 내년부터 스마트폰에 OLED를 사용하기로 하고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LG전자가 OLED TV를 무기로 미국의 3000달러 이상 TV 시장 점유율을 2014년 7%에서 지난해 25%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생산라인 신설에 나섰다. 구미공장에 1조5000억원을 들여 플렉시블 OLED 공장을 짓기로 지난해 7월 결정했다. 이달 3일에도 해당 라인에 3100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형 OLED와 관련해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언제 투자를 결정할지가 관심이다. 증권가에서는 연내 투자 결정이 나올 거라는 관측이 대세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증산으로 기존 주력 상품인 LCD(액정표시장치)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아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내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설비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