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삼성전자와 함께 수학의 다항식을 활용해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암호를 개발하고 있다. ‘동형암호’로 불리는 새 방식은 암호끼리 연산이 가능해 처리 속도도 빠르고 암호를 푸는 과정에서 해킹될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다. 정부가 이처럼 기업이 맞닥뜨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에 산업수학센터(IMC)를 설립하고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수학 육성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2021년까지 수학을 통해 200개 기업 문제를 해결하고 범죄안전망, 의료서비스, 교통문제, 기후재난 예측 등 공공분야에서 50가지 이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수학 전문가를 연간 300명가량 배출하고 수학 박사들의 기업 진출 비율을 현재 1.8%에서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우선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대학 10곳을 지정해 IMC를 설립하고 기업 문제 해결과 전문가 양성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대는 이와 별도로 지난 3월 자체적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으로부터 연 2억원의 투자를 받아 IMC를 열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도 벤처 요람인 경기 판교에 신생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인 산업수학혁신센터(매스1389)를 설립했다.

올 하반기에는 기업과 수학계가 만나 기업의 난제를 단시간에 해결하는 ‘산업수학 스터디 그룹’ 행사도 연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대학들이 산업 현장에서 나온 문제 해결책을 찾아내고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발전방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