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엔저 정책' 정면 충돌
경제 규모 세계 1, 3위인 미국과 일본이 엔화 환율정책(엔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그동안 달러 대비 엔화 약세를 용인하던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추가 개입 예고에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과의 면담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엔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일본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아소 부총리가 루 장관과의 면담 전과 면담 때 엔화 가치 급등 상황을 우려하며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움직일 경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루 장관은 “일본도 최근 G20과 함께 환율 경쟁(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을 피하고 재정 확대로 세계 경제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며 “일본은 (경기 침체) 해법을 해외(엔저를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에서보다 국내에서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9년 시작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이후 줄곧 엔저를 용인해 온 미국이 자국의 경기 부진, 무역수지 적자 등 여러 이유를 들어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일 양국이 환율정책을 놓고 충돌(clash)을 일으킨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