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이시아,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요 (인터뷰)
[김예랑 기자] 이시아는 '생초짜' 신인이다. 이를테면 포털 검색에서도 대구 봉무신도시 '이시아폴리스'에 밀릴 만큼 인지도는 낮다. 그래도 "열심히 해서 '이시아폴리스'를 넘어서겠다"면서 방글방글 웃고 만다. 출연한 작품이라곤 연속극, 단막극 다 끌어모아도 달랑 네 편. CF도 손에 꼽는다. 그런데 그녀가 대중의 뇌리에 또렷이 얼굴을 각인시켰다. 바로 조진웅의 '첫사랑'으로 말이다.

지난 12일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 종영했다. '시그널'은 김혜수, 조진웅, 이제훈 등 배우들의 열연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방향성으로 러브라인 없이도 대중의 사랑을 받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정받았다. 이시아는 동사무소 여직원 김원경 역으로 '시그널' 4회까지 짧은 회차에 등장하면서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청순한 미소와 고분고분한 표정은 당시 첫사랑의 전형을 보여줬다.

특히 원경은 이재한(조진웅 분)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개연성과 같은 존재였다.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마지막 피해자가 됐으니까. 살인범으로부터 끌려가던 원경, 그리고 주검을 보고 울부짖는 재한은 이시아의 존재감과 조진웅의 연기력 모두 빛난 장면이었다. 다음은 청순한 외모 그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 배우, 이시아의 이야기다.
이시아 tvN '시그널' 출연 장면
이시아 tvN '시그널' 출연 장면
HEI. '시그널'로 실시간 검색어도 오르고 했다. 인기를 실감하나.

최근에 광고를 촬영하게 됐다. 하하. 전작들에서 못된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불쌍한 역을 맡아서인지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 정말 놀랐다.

HEI. JTBC '하녀들',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에도 출연했더라.

맞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분들이 많다. 특히 '리멤버'에서는 성추행을 당하고도 발뺌하는 그런 역할이었다. '하녀들'도 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이라 욕도 엄청 먹었다. 하하

HEI. 마치 '시그널'의 원경 역을 하기 위해 태어난 듯 보이는 비주얼이다.

감사하다. 공개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께서 이미지가 맞을 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옛날 사람'처럼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나 싶다.

HEI. 대사가 많지 않았는데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나.

감독님께서 '옛날 사람'처럼 연기하는 법을 지도해 주셨다.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 안 되고, 수줍게 미소 짓는 것 말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데이트했나? 하하 감독님 지도하에 열심히 연기 했다.

HEI. 재한 역의 조진웅과의 호흡은 어땠나.

조진웅 선배는 굉장히 쾌활하고 재밌는 분이다. 연기도 너무 잘하셔서 그런지, 실제로 나이 차가 조금 나는데도 불구하고 '잘 어울린다'라는 평을 많이 들었다. 회식을 했었는데 말씀도 잘하시고, 호탕하고, 멋있다.또, 정말 날씬하셔서 깜짝 놀랐다.

HEI. '시그널'에서의 마지막은 연쇄살인범에게 끌려가는 부분이었다.

아,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아찔하다. 입을 막고 끌려가는 장면이었는데 그런 연기는 처음 해봐서 상상 이상이었다. 몇 번을 반복해서 촬영했는데, 전개상 짧게 지나가는 장면으로 나왔어야 해서 조금은 아쉽긴 하다. 하하. 촬영하고 나서 다음날 침도 맞으러 갔었는데...

HEI. 캐릭터 분석 어렵지 않았나.

대본을 열심히 읽어 본다. 그 아이의 성격, 성장배경, 교우관계, 직업... 그 아이의 모든 상황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참 어렵더라.

HEI. '시그널' 이후로 '이시아'라는 배우가 온전히 각인된 것 같다.

주변에서도 난리다. 친구들이 '피키캐스트'에 올라왔다면서 링크도 보내주고 했다. '너 완전 톱스타 된거 아니냐'며 귀여운 반응들이다. 사실 얼떨떨했다.
배우 이시아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배우 이시아가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HEI. 얼굴은 '청순의 전형'인데, 말하는 걸 보면 반전이 있다.

그래서 소속사 쪽에서 인터뷰를 못하게 했다. 신비주의로 가야 한다면서 말이다. 말하면 안 되는 얼굴로 보이나? 엄마조차도 말 못하게 한다. 그다지 고상한 스타일은 아닌데... 이 얼굴로 아이돌 까지 했었다. (소속사 눈치를 보며)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HEI. 알고 있다. 걸그룹 '치치' 출신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 성균관대학교 연기과에 들어갔고, 2011년부터 치치라는 그룹에 소속됐다. 당시 대표님이 가수하다가 연기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었다.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고, 디지털 싱글 2장 정도 냈다. 당시 예명은 '샤인'이다. 웃지 말라, 그땐 그게 유행이었다. 하하.

HEI. 정통 배우 마스크인데, 아이돌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힘들더라. 그때가 23살 때였다. 귀여운 맛이 있어야 하는데 잘 못하겠더라. 목소리도 조금 저음인데, 하이톤으로 '안녕하세요~'했어야 했고. 아이돌은 내 길이 아닌가보다 했다.

HEI. 그룹에서 뭘 맡고 있었나. 비주얼 멤버였나?

아니다. 보컬이었다. 발라드를 잘 부르는 편이다. 당시 녹음할 때도 아이돌 스럽게 목소리를 예쁘게 하느라 고생했다. 치치 활동하느라 하루 종일 춤 연습을 했었는데, 그 때문인지 춤에도 자신 있다. 하하.

HEI. '복면가왕'에 출연하면 좋겠다. 예능감도 있어 보인다.

불러주시면 정말 감사하다. 워낙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자신은 없지만. 톤이 조금 정적이라 말만 하면 다큐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예능은 조금 부담스럽다.

HEI. 연기는 언제 처음 시작했나.

'구암허준'에 잠깐 나왔는데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크리스탈, 비씨가 나온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서도 나왔다. 크리스탈의 죽은 언니로. 집에서는 죽는 역할 전문이냐며, 너 또 죽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하하.

HEI. 가족들이?

1살 아래 여동생, 6살 아래 남동생,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다들 "왜 자꾸 죽냐"고 한다. 하하. '하녀들' 때 욕을 엄청 들었다. 악역이기도 해서. 엄마가 댓글을 읽어주시더라. '너 못생겼대~'하고 말이다. 하하. 악플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에게 얄밉게 보이도록 연기를 잘했다는 거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야지.

HEI. 아이돌의 애환을 잘 알고 있어 그런 역할을 잘 하겠다.

'캔디'같은 캐릭터를 맡고 싶다. 나중에 꼭 성공하고 마는 밝은 역할 말이다. 그동안 너무 죽는 역을 많이 맡아서 더 이상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하하.

HEI.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영화 '밀양'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전도연 선배처럼 연기를 잘하게 되는 것이 목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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