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가 된 가상현실…기업·사람·돈 몰린다
가상현실(VR)산업이 최근 정보기술(IT) 분야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 소니 HTC 등 글로벌 회사들은 다양한 VR 관련 기기나 콘텐츠를 선보이며 주목을 끌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 발표 행사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VR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VR 기기와 콘텐츠는 여행 의료 교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엔 한국 정부도 VR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고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섰다.

○삼성·LG전자, 본격 진출

MWC 2016은 VR 시대의 서막을 알린 행사였다. 전시장 곳곳에 글로벌 IT 업체들이 VR 체험관을 마련해 관람객의 관심을 이끌었다. HTC는 PC와 연동하는 VR 기기 ‘바이브’를 선보였다. 바이브의 가격은 799달러다. 다양한 VR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헤드셋 외에 2개의 무선 컨트롤러 등을 제공한다. 예약 판매를 통해 구매한 이용자는 2개의 게임 콘텐츠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누구나 쉽게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360도 카메라 등 다양한 VR 기기를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을 발표하면서 360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기어 360’을 함께 선보였다. 사용자들이 가상현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 CEO는 “앞으로 모든 행사를 VR로 생중계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VR 기기는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SW) 경쟁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모바일인헨싱팀 부장은 “페이스북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양질의 VR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조립할 수 있는 전략폰 ‘G5’를 선보이며 VR 헤드셋 ‘LG 360 VR’과 360도 사진·영상 촬영이 가능한 ‘LG 360 캠’을 함께 공개했다. LG 360 VR은 초경량(118g) 제품으로 행사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G5 등 스마트폰과 연결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m 거리에서 130인치 크기의 스크린을 보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인재 영입 활발
대세가 된 가상현실…기업·사람·돈 몰린다


2014년 VR 전문회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페이스북은 비디오와 게임 등 VR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공유할 수 있는 3차원(3D) 동영상 등을 중심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드웨어 제휴사인 삼성전자와 함께 VR 기기 보급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저가형 VR 기기 ‘카드보드’를 선보였던 구글은 스마트폰 없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V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이 제품은 PC나 게임기에 연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유튜브는 지난해부터 360도 동영상도 지원한다. 카드보드만 있으면 이들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4월 이스라엘 카메라 업체 링스컴퓨테이셔널이미징을 인수하면서 VR 관련 투자를 시작했다. 이후 메타이오 페이스시프트 플라이바이미디어 등 다양한 VR 기업을 잇따라 인수했다. 최근에는 VR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더그 보먼 버지니아공대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애플스토어에서 바비인형 제작사인 마텔과 협력해 저가형 헤드셋 ‘뷰마스터’ 판매를 시작했다. 콘텐츠 플랫폼 앱스토어는 물론 스마트폰(아이폰)과 운영체제(OS)까지 보유한 애플이 VR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의 개발자용 버전을 오는 30일 내놓는다. 증강현실이란 실제 세계에 다양한 가상 콘텐츠(부가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홀로렌즈는 의학 건축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예컨대 의료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은 홀로렌즈를 통해 가상 시신으로 부검 실습을 할 수 있다.

○VR시장 대폭 커진다

수 년 전만 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VR산업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가격 혁신과 하드웨어의 진보 덕분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요즘 출시되는 VR 기기들은 잔상에 의한 어지러움을 적게 느끼도록 신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족했던 VR 관련 콘텐츠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도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는 VR산업 육성에 나섰다. 앞으로 3년간 VR 등 디지털 콘텐츠에 18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VR시장(하드웨어+소프트웨어) 규모는 올해 67억달러(약 8조1000억원)에 이르고 2020년에는 10배 이상 성장한 700억달러(약 85조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