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수주절벽’은 일부 중소형 조선회사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중형 조선사의 일감은 이미 1년치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절벽이 지속되면 올해 문을 닫는 중소형 조선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중형 조선사의 수주잔량은 310만CGT(표준환산톤수: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로 2014년 말(418만CGT)에 비해 25.8% 줄었다. 한국 조선시장에 중형 조선사들이 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수주량은 65만CGT로 전년 대비 59.8% 줄었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지난해 수주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중형 조선사의 수주난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1~2월 수주를 반영하면 중소형 업체의 수주잔량은 더욱 줄었을 것”이라며 “중형 조선사는 1년치 이상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곳을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소형 조선사들이 이처럼 수주에 더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중국 및 일본 조선사와 주력 선종이 겹치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사의 ‘저가 공세’와 일본 조선사의 ‘엔저 공세’에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내 일부 중소형 조선사가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중소형 조선사는 자금 사정이 대형 조선사에 비해 열악하다. 수주가 계속 이어지지 않으면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 한 중형 조선사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는 1~2년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버틸 수 있겠지만, 중형 조선사는 수주가 계속 이뤄져야 건조 비용을 마련할 수 있다”며 “금융권의 지원이 없으면 운영이 어려운데 수주마저 끊겨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중소형 조선사들이 저가 수주에 나설 경우 조선업계 전체가 더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