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왼쪽 아래) 석좌교수에서 포스텍(오른쪽 아래) 석학교수로 옮기는 임지순 교수(위). / 포스텍 제공 및 한경 DB
서울대(왼쪽 아래) 석좌교수에서 포스텍(오른쪽 아래) 석학교수로 옮기는 임지순 교수(위). / 포스텍 제공 및 한경 DB
[ 김봉구 기자 ]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물리학자’ 임지순 서울대 교수가 포스텍(포항공대)으로 자리를 옮긴다. 포스텍은 전자구조계산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임 교수를 임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임 교수는 다음달 1일부터 포스텍에서 연구와 강의를 시작한다.

그는 전체 서울대 교수를 통틀어 한 자릿수인 석좌교수(물리천문학부)다. 그간 해오던 수소저장물질 연구와 다른 분야의 산학협력 가능성을 고려해 고심 끝에 포스텍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에서도 노벨상급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석학교수(물리학과)로 임용됐다.

임 교수의 거취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그는 학계에서도 알아주는 천재다. 수재들이 모인 경기고 재학시절 줄곧 1등을 지켰고 서울대 전체 수석입학·수석졸업의 기록을 남겼다. 미국 UC버클리(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MIT(매사추세츠공대)와 벨연구소를 거쳐 30년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임 교수는 지난 1979년 발표한 고체에너지 논문으로 계산재료물리학이란 새로운 학문분야를 개척했다. 이를 인정받아 2011년 한국 물리학자로는 처음 미국과학학술원(NAS) 외국인 종신회원으로 추대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 과학상, 인촌상, 제1회 포스코 청암상,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가 다발로 있을 때 반도체 성질을 갖는 이유를 밝혀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저명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1998년 당시 국내 과학자의 ‘네이처’ ‘사이언스’ ‘셀’ 논문 게재는 일대 사건이었다. 2006년엔 수소저장물질 구조설계를 다룬 논문을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서울대는 2009년 이같은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해 그에게 석좌교수직을 부여했다. 서울대 석좌교수였던 황우석 박사의 경우 줄기세포 논문 조작 여파로 교수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로선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임 교수가 떠나는 게 무척 아쉽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 공과대학장,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지낸 김도연 포스텍 총장과 경기고, 서울대 공대 동기동창이란 인연이 있다. 다만 포스텍 측은 김 총장과의 교감보다는 학과 차원에서 석학교수직을 제의해 임 교수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텍은 임 교수의 영입이 물리학과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저차원전자계연구단, 독일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 연구소,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한 역량 강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무현 포스텍 물리학과 주임교수는 “한국 물리학계를 대표하는 임 교수의 임용으로 물리학뿐 아니라 신소재공학·화학·화학공학 등 나노소재를 연구하는 다른 학과 교수들과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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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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