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제8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노동법 등 쟁점법안 처리 격정호소…'하아' 한숨 뱉어내며 10초간 말못이어
테러방지법 처리 지연에 "어떤 나라에도 없을 기막힌 현상"
서비스법 놓고 "1천400일 넘게 법통과 안돼 도대체 어쩌자는 거냐"
"맞지않는 노동시장 옷입고 고통…환자에 약먹지 말라니 말이 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10여차례 책상을 내리치면서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쟁점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오전 20분간 진행된 국민경제자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였다.

회의 주제가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강화인 만큼, 박 대통령의 발언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쟁점법안 처리 문제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많이 일자리를 늘려 어떻게 하면 청년들, 중장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가 하는 방법을 뻔히 알면서 법에 가로막혀 그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자다가도 몇 번씩 깰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회 비판 대목에서 손날로 책상을 수차례에 걸쳐 쿵쿵 내리쳤으며 목청도 한껏 올라갔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표를 달라, 우리를 지지해달라' 할 적에는 그만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놓고 우리가 또 국회에 들어가서 이렇게 국민을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약속이 아니겠느냐"며 "국민에게 얼마든지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안하고, 우리를 지지해달라…그래서 국민이 지지해서 뭐를 할 겁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이렇게 해야 된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국회가 다 막아놓고 어떻게 국민한테 또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느냐 이거죠"라고 재차 목소리를 높인 뒤 고개를 숙인 채 '하아'하고 한숨을 내셨다.

그리곤 호흡을 가다듬으며 10초 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시대에 맞지 않는 노동시장 옷을 입고 너무나 고통스럽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거기에 맞는 옷을 지어놓고, 이것을 바꿔 입어야 한다고 하고, 고통스러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전도 약도 오랫동안 잘 노력해서 만들어 놓고, 환자가 들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라며 현재의 노동개혁 추진 배경을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법이 가로막아 '이 옷을 입지 마라. 이 약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해서 계속 맞지 않는 옷을 껴입은 사람은 고통스럽다"며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말했다.

또한,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있는데,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노동시장을 변화시키고 개혁시키지 못하면서 또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을 가로막으면서 어떻게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냐 하는 자조 섞인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이 희생을 치르고 나서 통과를 시키겠다는 얘기인지, 이것은 정말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관련, "뭣 때문에 1천400일이 넘는 동안에도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지금도 통과시킬 생각이 없고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응?"이라며 "도대체 어떻게 나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거예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정부도 물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그래서… 하여튼…"이라며 "이제는 그 국정운영 기조를 일자리 중심으로 우리가 더 강화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엄동설한에 많은 시민이 나서서 그 곱은 손을 불어가면서 서명을 하겠느냐", "영하의 날씨에도 입법 촉구에 서명한 국민들이 어느새 140만명을 넘어섰다"면서 민생법안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대해 두 차례나 언급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