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랜드i10'. 현대차 제공
현대차 '그랜드i10'.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차가 베트남 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다. 현대차 ‘그랜드 i10’과 기아차의 ‘K3000’이 나란히 지난해 전체 판매 1·2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도요타를 앞질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2013년 말 출시된 그랜드 i10은 2014년에 8473대가 판매돼 전체 4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1만5873대가 팔리며 출시 2년 만에 1위에 올랐다.

그랜드 i10은 현지 판매 중인 현대 i10과 i20급 사이 소형 해치백 차량으로 동급 차량 대비 넓은 내부공간과 고급스러운 디자인, 높은 연비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기아차의 봉고트럭 K3000은 지난해 1만4201대가 판매됐다. 2014년 판매대수 8563대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베트남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동급 차량 대비 파워, 승차감, 적재능력 등이 우수한 K3000이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앞서 2014년 각각 9187대, 8589대가 팔리며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했던 도요타의 비오스와 포추너는 올해 3위, 5위에 그쳤다. 올해 판매량은 각각 1만3761대, 9780대로 집계됐다. 4위는 9985대가 판매된 도요타의 이노바가 차지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성적은 도요타가 선점해 줄곧 강세를 보여온 베트남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음에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베트남 시장 판매 순위를 브랜드별로 보면 도요타가 총 5만285대를 팔아 1위 자리를 유지했고 기아차가 3만8484대로 2위, 현대차가 2만3705대로 3위를 차지했다. 각각의 순위는 뒤쳐졌지만 현대·기아차의 점유율(29.8%)을 합치면 도요타(24.1%)를 5%포인트 이상 앞선다.

기아차는 K3000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71.7%의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인 55.3%를 크게 웃돌았다. 현대차도 2013년 7585대를 판매해 4위를 기록했으나 그랜드 i10의 선전에 힘입어 2년 만에 판매량이 3배나 증가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나라로 꼽혀 이번 성장이 더욱 의미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베트남의 1000명 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4대로 태국(208대), 인도네시아(78대)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자동차 시장은 2014년 43.4%, 2015년 55.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격히 커지고 있다. 향후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베트남 정부도 자동차 시장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차량등록세 인하, 중고차 억제 등의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2035년까지 자국 내 153만대의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2025년 베트남 자동차산업 발전전략 및 2035년 비전’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유가급락, 경기침체 등으로 글로벌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베트남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며 “현대기아차는 기술 개발, 전략차종 투입, 고객 니즈 만족을 통해 베트남 시장을 집중 공략해 아세안 시장 수출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