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7년째 명동에서 명성(名聲) 날리는 갈빗집의 비결?
음식점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명동은 베테랑들도 버텨내기 힘든 전쟁터다. 10년 이상 살아남은 곳과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한곳에서 경쟁을 벌인다.

갈비 정식 전문점인 왕비집이 이 험난한 상권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2010년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왕비집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한국관광콜센터 문의전화 1위’ 업체에 올랐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되면서 명동에서만 세 개 점포를 운영한다. 명동 외에 종로와 무교동에도 점포를 운영 중이다. 중국 상하이 1호점도 곧 열 예정이다.

명동의 세 개 점포에만 하루 약 1500명의 손님이 든다. 점포당 하루 500명꼴이다. 점포마다 20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으니 매일 쉴 새 없이 6~7번 테이블이 회전해야 가능한 숫자다. 이 중 중국인이나 동남아인 등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60~70%에 달한다. 왕비집이 국내 대표적인 음식점들이 경쟁하는 명동에서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신경철 왕비집 대표는 “관광 가이드를 통해 손님을 모집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 상권의 특성상 대부분 고깃집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관광 가이드와 일종의 ‘커넥션’을 맺고 영업한다. 하지만 왕비집은 처음부터 이런 관행을 과감히 거부했다. 가이드와 손잡으면 이른 시일 안에 많은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결국 일회성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 대표는 “굳이 가이드와 연계하지 않더라도 손님이 제 발로 찾아올 만큼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이라며 “7년이 지나고 보니 가이드를 썼던 다른 집은 문을 닫았는데 나는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가 안내해 주지 않는 왕비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 답이 있다. 한 번 다녀간 관광객이 페이스북 등에 좋은 후기를 남기면 이것이 또 다른 손님을 불러모은다.

신 대표는 “명동에 왔다가 우연히 식당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극히 드물다”며 “먼 곳까지 여행 와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 블로그 등을 열심히 뒤져보고 찾아오는 ‘목적형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관광 가이드와의 커넥션을 거부한 게 결과적으로 SNS에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다른 고깃집들이 매출의 20~30%를 수수료로 내는 반면 왕비집은 이 비용을 고스란히 서비스에 투자했다. 왕비집은 테이블마다 한 명씩 직원이 붙어 한우 고기를 구워 준다.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을 고려한 것이다.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왕비집의 서비스는 외국인 손님뿐만 아니라 내국인 손님을 끄는 데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 대표는 “흔히 하는 실수가 외국인 손님을 잡기 위해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나 메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외국인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 한국인 손님을 포기하면 외국인과 내국인 손님 둘 다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흔·이해인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