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마침내 발견…"아인슈타인 당신이 옳았소"
우주과학 새 지평 열어
100년 전 상대성 이론서 언급
'빅뱅 뒤 급팽창' 결정적 증거
블랙홀 질량 측정 등 가능
우주 탄생의 비밀 풀 열쇠
노벨물리학상 '0순위' 부상
LIGO 설립자이자 공상과학(SF)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을 맡기도 했던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와 레이너 바이스 MIT 교수도 1997년 도전장을 던졌다. 연구진은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LIGO를 짓고 중력파 검출에 착수했다. 이 검출기는 길이 4㎞짜리 진공 터널이 ‘ㄱ’자 형태로 놓여 있고 각각 터널 끝에 거울이 달려 있어 레이저 장치에서 발사한 빛을 반사한다. 중력파는 한쪽 터널을 늘어나게 하고 한쪽은 줄어들게 해 두 빛이 날아간 거리에 미세한 차이를 만든다. 중력파가 만든 검출기 길이 차이는 태양이 수소 원자의 지름만큼 움직인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차이가 간섭무늬를 만든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한다. 연구단은 2002~2010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다가 지난해 9월 민감도를 10배, 탐지 범위를 1000배 끌어올린 차세대 LIGO를 가동하며 본격적인 중력파 검출에 들어갔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약 13억년 떨어진 태양의 29배와 36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 2개가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이 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분석됐다. 새 블랙홀은 태양의 3배 질량을 잃고 태양 질량의 62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계는 중력파가 눈으로 보거나 자외선이나 적외선, X선 등 전파로 관찰하던 우주의 더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랙홀의 질량을 직접 측정할 수 있고 두 중성자별의 병합,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등 그간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볼 수 없던 현상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출기가 정밀해지면 현재 빅뱅 이후 38만년 뒤부터 볼 수 있던 인류의 시야는 빅뱅 후 100만분의 1초 직후까지 더 먼 우주로 넓어진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 과학자 20명을 포함해 15개국 1006명의 과학자가 관측과 분석에 참여했다. 과학계는 중력파 검출을 금세기 최고의 과학 실험으로 보고 관련 과학자들을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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