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015년 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이월금을 뺀 세계잉여금이 4년 만에 흑자라고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012년 이후 계속되던 ‘세수 펑크’ 현상이 해소됐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올해도 이런 흑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는 별로 없다.

지난해 217조9000억원의 국세수입은 정부가 작년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때 산정한 국세수입 전망치 215조7000억원과 비교해 2조2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경 전 전망했던 221조1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세수 결손은 피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세수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등 인위적 부양책에 힘입은 양도소득세 증가, 담배 개별소비세 신설 등이다.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경기가 제대로 살아나 세수가 증가했다면 백번이라도 환영할 일이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더구나 올 들어 부동산 등 내수가 다시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어 세수가 늘 여지는 별로 없는 반면 복지 지출은 해마다 불어나는 추세다. 세수 결손을 피하려면 지출을 바짝 죄도 부족할 판이다.

한국 경제가 보여주는 달갑지 않은 흑자 지표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경상수지 흑자도 마찬가지다. 불황형 무역흑자가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수입은 20.1% 각각 급락했다. 수출 부진으로 저성장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질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황형 무역흑자는 환율 등 정부의 수출 촉진을 위한 정책 수단만 더욱 좁히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안이한 전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정부 예상대로 수출과 내수가 움직여준다면 올해 성장률 3.1%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 말은 누가 못하나. 더구나 정부 예상이 연초부터 빗나가는 마당이다. 세수나 경상수지 흑자는 거시적 지표와 미시적 현실 간의 괴리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