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파견 근로자들이 독성물질에 중독돼 실명 위기에 놓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경기 부천에 있는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A사와 B사에서 근로자 4명이 메틸알코올에 급성 중독돼 시력 손상을 입었다고 4일 밝혔다. 고용부는 이들 사업장을 전면 작업 정지시키고, 전국의 메틸알코올 취급업체 3100여곳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고용부에 따르면 A사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던 C씨(29·여)는 지난달 16일 퇴근 후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지고 시력에 이상이 생겨 입원 치료를 받았다. 같은 회사에서 파견직으로 일하는 D씨(29)도 같은달 22일 시력 이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두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 E씨(20)는 26일 건강검진에서 시야결손 증상이 발견돼 추적 검사 중이다. B사의 파견 근로자인 F씨(25)도 시력 이상 증상으로 입원 중이다. 왼쪽 눈은 이미 실명했다. 이번 사고는 C씨를 진료한 의사가 지난달 22일 고용부에 통보해 알려졌다.

메틸알코올은 투명·무색의 인화성 액체로 고농도에 노출되면 두통 및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가 알루미늄 절삭 과정에서 고농도의 메틸알코올 증기를 근로자가 흡입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명 위기에 처한 파견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회사들은 파견업체로부터 근로자를 받아 위험 작업에 투입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