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만하면 됐다" 아니라 "나는 좀 더 잘할 수 있다"…세계 최고 만든 '마음가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버락 오바마의 뛰어난 연설 능력도, 빌 클린턴의 카리스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총선에서 세 번이나 승리하며 ‘위대한 승자’로 꼽히는 메르켈 총리는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을까.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전략 참모로 노동당 정권 창출에 기여한 알래스테어 캠벨은 《위너스》에서 정치, 비즈니스, 스포츠 등 각계 최고 승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에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녹여 ‘운명도 이기는 승자의 조건’을 제시한다. 저자가 최고 승자들의 공통적인 세 가지 성공 요소로 꼽은 전략, 리더십, 팀십(teamship)을 비롯해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을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저자의 책상에 자리한 글자는 목표(objective), 전략(strategy), 전술(tactics)의 머리글자 합인 ‘OST’다. 분명한 목표가 없으면 승리를 정의할 수 없고, 전략이 없으면 승리할 가능성이 작으며, 전술만 있으면 승리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전략은 단순 명료해야 한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하며 외친 두 단어는 ‘생존’과 ‘단순화’다. 잡스는 40여종의 상품을 4종으로 줄였다.

전략과 전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위대한 조직은 OST 단계에 따라 항상 역동적으로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 과학자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말보다 행동에 방점을 둔다. 유로존 위기 때 했던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 비난과 인기 하락 속에서도 장기적 가치를 우선시했다.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빌 게이츠는 지금까지 내렸던 가장 훌륭한 결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과 같이 일하기로 한 결정이 1순위입니다.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비전을 공유하며, 견제 역할을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서는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팀의 모든 구성원이 항상 팀을 생각하며 일하는 마음과 기술인 팀십이 필요하다. 팀에는 방향을 정하는 리더, 행동으로 옮기는 전사, 혁신을 추구하는 인재가 균형 있게 포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은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스포츠맨으로 미하엘 슈마허를 꼽았다. “슈마허는 훌륭한 카레이서면서도, 리더로서 남들과 차별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는 팀 전체를 이끌어요.” 포뮬러원에선 경기 중간 단 몇 초 만에 복잡한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부품 교체 및 정비 시간이 승패를 가른다. 대단히 잘 조직된 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전사’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를 방문하고 나올 때 우연히 마주친 청소부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물었다. 그는 “인간이 달에 가는 과업을 돕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최초의 국가가 돼야 한다’고 대통령이 내세운 목표를 이해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이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한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는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저자는 승자의 조건 중 하나로 ‘강인한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뛸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를 비교한 맨유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지만, 루니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며 “호날두는 언제나 ‘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루니는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각화’도 간단해 보이지만 성공으로 이끄는 강력한 도구다. 성공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느낌인지 상상한 뒤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는 몇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 경기에 대해 생각하고 잘못되는 경우도 상상하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헤쳐나갈지 상상한다. 이런 훈련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m 접영 경기에서 결실을 봤다. 경기 도중 고글에 물이 들어가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을 때 이미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에 따라 스트로크 횟수를 세면서 완벽하게 타이밍을 맞춰 완주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담함을 갖추면 작은 전술적인 아이디어가 커다란 전략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1992년 항공산업이 불황이었을 때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은 여객기 좌석 뒷부분에 스크린을 부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보잉사에 연락해 좌석 뒷부분에 스크린을 공짜로 달아주면 새 비행기 10대를 구입하겠다고 했다. 보잉은 불황기에 비행기를 10대나 사겠다는 브랜드의 요청을 단번에 수락했다. 이를 통해 버진항공은 불황기에 오히려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업계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저자는 승리자 인터뷰 중에서 ‘여자 테니스의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한마디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세요. 그 밖의 모든 것은 사소한 것들에 불과합니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