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북클럽 회원인 한 어린이가 태블릿PC를 통해 디지털 전집책을 보고 있다. 웅진씽크빅 제공
웅진북클럽 회원인 한 어린이가 태블릿PC를 통해 디지털 전집책을 보고 있다. 웅진씽크빅 제공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2014년 중반부터 새로운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1년 만에 졸업한 직후였다.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재판 결과보다 사업을 일으켜 세우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매주 웅진씽크빅을 방문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 첫 결과물이 ‘북클럽’이었다. 윤 회장은 웅진씽크빅의 전집사업 부문을 완전히 뜯어고칠 것을 지시했다. 기존 방식대로 책만 팔아선 승산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전자책으로 바꿔 태블릿PC로 볼 수 있게 했다. 판매 방식도 바꿨다. 기존에 한 세트에 수백만원에 팔던 것을 태블릿PC 형태로 바꾼 뒤 월 5만~10만원가량을 내면 되도록 했다. 출판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웅진코웨이의 렌털(대여) 방식을 가미한 것이다.

◆학습지 회원, 북클럽 회원 전환

[기업들의 한계돌파] 웅진 '종이책+IT'…"한 달 10권 읽던 아이, 태블릿으로 100권 훌쩍"
결과는 ‘대박’이었다. 회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 2014년 8월 ‘북클럽’이 처음 나왔을 때 1만3563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는 작년 3월 5만명을 돌파했고 12월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월 납부하는 금액을 다양하게 해 선택폭을 넓힌 게 적중했다. 북클럽 회원에 가입하면 금액별로 포인트가 지급돼 이 포인트로 책을 구입할 수도 있다.

볼 수 있는 책의 숫자도 꾸준히 늘렸다. 지금까지 7000여권의 전집과 백과사전을 전자책으로 전환했다. 단순히 그림과 글자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읽어주기’ ‘퀴즈’ 등의 기능을 더하고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집어넣었다. 윤 회장은 “한 달에 책을 10권 읽던 아이가 북클럽을 통하면 110권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작년부터는 학습지 분야로 이 서비스를 넓혔다. 그랬더니 기존 종이 학습지를 풀던 학생들이 ‘북클럽’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작년 말 기준 109만여명의 학습지 회원 중 약 30%가 이 서비스로 전환했다. 올해 이 비중을 70%가량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성인 서비스로 확장”

윤 회장은 ‘북클럽’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이들 위주지만 성인까지 교육할 수 있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태블릿PC로 배울 수 있는 학습지를 곧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8~10명씩 짝을 지어 태블릿PC상에서 만나게 한 뒤 현지 대학생을 강사로 채용할 예정이다.

그는 “전집 부문도 해외 유수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업뿐 아니라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벌써부터 일본 중국 등의 유명 출판기업에서 ‘러브콜’이 오고 있다”고 윤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회원을 더 확보해도 큰 비용을 들일 게 없어 수익성이 크게 좋아진다”며 “올해는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기고 향후 3~4년 안에는 20%에 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출판은 그룹의 모태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출판산업이 어렵지만 새로운 기술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웅진씽크빅의 이 같은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투자자들이다. 최근 1년 만에 주가가 약 82%나 올랐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들이 이 회사 주식을 약 95만주나 순매수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려잡고 있다.

김기영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1만7000원으로 웅진씽크빅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웅진씽크빅이 교육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고 여기에 새로운 사업을 얹어 계속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