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원샷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 처리약속을 전격 파기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당권을 잡은 지 딱 이틀 만의 일이다. 불과 보름 새 기업인 등 55만명이 서명운동을 했고, 대통령도 몇 차례나 입법을 촉구한 경제살리기의 상징 같은 법안 제정 약속을 너무도 쉽게 저버렸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법 획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며 선거법과 원샷법의 연계를 주장했다. 정부의 경제살리기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되면 선거전에서 ‘대립 구도’를 형성하는 데 불리해진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김 위원장과 과격파들은 경제민주화를 4월 선거의 구호로 또 내세울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정치 구호요, 그것도 지극히 감성적인 선동적 구호임을 웬만한 유권자들도 이젠 다 안다.

김종인 체제의 더민주가 정부 뒷다리나 잡고 대안 정책은 제시도 못 하면서도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박영선 비상대책위원 등은 이 법이 삼성에 특혜라도 주는 것처럼 몰아가며 반대하고 있다. 더민주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굳이 재벌을 운운함으로써 총선용 구도를 갖춰가려는 것이라면 무책임한 선동 정치라는 비판을 벗기 어려울 것이다. 삼성은 이미 독자적인 구조조정을 많이 해 이 법의 적용을 기다려 정리할 사업부문도 별로 없다는 게 산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삼성과 연결시키고 경제민주화라는 선동적 깃발로 반대하지만 피해는 이 법이 절실한 많은 잠재적 부실 중소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물론 원샷법만 제정된다고 과잉공급과 경영부실이 마법처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법이 실제로 대단한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많다. 문제는 1000만명 서명운동에서 나타났듯이 산업현장의 심리다. 더민주도 경제살리기에 부응해 보라는 것이다. 노동개혁이 지지부진한데 파견법 반대 등으로 노조에 동조하는 것도 더민주의 잘못이다. 선거를 위해 경제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것인가. 그런 행동은 오히려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받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