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서문 앞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편의점 GS25와 CU.
연세대 서문 앞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는 편의점 GS25와 CU.
[ 김봉구 기자 ] 지난 29일 정오께 원룸·하숙 밀집 지역인 연세대 서문 쪽 골목. 인적 드문 겨울 비탈길에 하나 둘 대학생이 보이더니 쏙 편의점에 들어갔다. 도시락을 골라 값을 치른 뒤 구석 테이블에 가 앉았다. 다들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은 채 나무젓가락을 바삐 놀렸다.

통유리 쇼윈도에 비친 ‘편도족’의 한 끼 식사 모습이다. 이들은 대부분 ‘혼밥족’이기도 하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보편적 주거 형태인 대학가 원룸촌이나 하숙촌에선 익숙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대학생 이모씨(22)는 “웬만한 음식점에선 6000~7000원을 써야 하는데 편의점 도시락은 3000~4000원대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 밥 먹는 시간도 절약되고 가격 대비 음식 맛과 질도 괜찮아 종종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가파른 경사에 마주 오는 차 두 대가 지나가기도 힘든 골목길이지만 편의점들은 성업 중이다. 연대 서문에서 연희동 대로변까지 좁다란 길을 따라 걸어서 4~5분 거리에 편의점 7개가 줄지어 섰다. 세어보니 GS25 3곳, 세븐일레븐 2곳, CU와 위드미(신세계그룹)가 한 곳씩이다.

각각의 도시락 모델인 배우 김혜자(GS25), 걸스데이 혜리(세븐일레븐), 요리연구가 백종원(CU)이 눈에 띄었다. 특히 CU의 경우 보통 편의점과 달리 테이블과 의자를 넉넉히 마련했다. 주로 도시락, 컵라면 따위를 먹는 대학생 편도족·혼밥족을 위한 배려로 보였다.

캠퍼스에 가까워질수록 편의점 간 거리는 좁아진다. 연대 서문에서 20m쯤 떨어진 위치에 한 곳이 문을 열면 10m 거리에 또 다른 편의점이 치고 들어오는 식이다. 서문을 나서자마자 양쪽에 위치한 GS25와 CU는 대각선으로 마주보고 있다. 2~3년 전까지 슈퍼마켓이 있던 자리에도 어느새 편의점이 들어섰다.
(왼쪽부터) 김혜자·혜리·백종원 도시락. / 한경 DB
(왼쪽부터) 김혜자·혜리·백종원 도시락. / 한경 DB
그럼에도 대학가 상권인 이 골목의 편의점은 몇 년새 계속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 원룸과 하숙집이 몰려있어 방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다. 졸업하고도 떠나지 못하는 젊은 직장인들 역시 꽤 된다. 도심의 직장 근처로 이사 가기엔 비싼 집값이나 전·월세가 부담돼서다.

이런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해 편의점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6.5%에 달했다.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매출이 같은 기간 1.2%, 2.1%, 1.3%씩 줄어든 것과 반대다.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

공격적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지키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앞서 프랜차이즈 편의점 출점 거리제한(250m) 같은 규제를 푼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늘어난 편의점 대신, 좁은 비탈길을 쉴 새 없이 오가던 배달음식점 오토바이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붉은 글씨로 ‘○○반점’을 새겨 넣고 캠퍼스를 누비던 철가방이 없어진 것이다. 중국어로 가게를 소개한 ‘씽씽(星星)’이란 요리점이 생기긴 했다. 하지만 으레 중국집 앞에 세워져 있던 배달 오토바이는 안 보였다.

인근 원룸 주인 김모씨(60·여)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가게”라며 “배달해 시켜먹던 옛날 중국집과는 좀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보안 때문에 원룸 건물 현관에 도어록 장치를 해놓는다. 근처에 편의점까지 늘면서 배달음식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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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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