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다우(-2.39%) 나스닥(-2.74%) 등 뉴욕증시가 또 급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의 패닉 분위기다. 2008년에 이어 또 다른 금융위기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금융시장 분위기가 흉흉하다. 새해 들어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모두 8% 넘게 떨어졌다. 주식시장을 탈출한 돈은 안전자산인 국채로 몰리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에는 올 들어서만 63억달러가 넘는 돈이 순유입됐다. 그 여파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한때 연 2% 밑으로 내려가는 등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실물 지표도 우울하다. 미국의 12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1% 감소해 6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지난달 산업생산도 0.4% 감소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생산자물가는 전월보다 0.2% 하락해 디플레 우려를 다시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JP모간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전망을 당초 1.0%에서 0.1%까지 바꿔 예측했다. ‘나홀로’ 잘나간다던 미국 경제에 갑자기 악재만 가득한 듯하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가 추락 등이 주로 거론된다. 물론 그런 영향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은 금융시장은 몰라도 실물지표 부진은 잘 설명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양적 완화와 저금리가 키운 ‘거품’이 이제 막 터지고 있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 증시 불안은 하나의 촉발(트리거)일 뿐,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이 만들어낸 거품이 필연적으로 터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양적 완화가 주식과 집값을 급등시켰고 자산가격 상승은 소비 증가로 이어져 GDP를 반짝 끌어올렸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가격 거품은 필연적으로 터진다는 얘기다.

거품 붕괴가 시작된 데다 중국 경기까지 둔화되고 있어 그 파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어느 나라에서건 땀과 노력이 아니라 단순한 돈풀기로는 결코 경제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수출 내수 모두 부양하겠다고 나선 유일호 경제팀이 꼭 참조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