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엄마의 전쟁' 3부작, 남 이야기 아닌 엄마들의 진짜 일상
“워킹맘의 일상은 마치 불안한 외줄 타기 같습니다. 일에 집중하면 가족을 챙길 시간이 없고, 가정에 시간을 쓰면 커리어가 뒤처지기 십상이죠.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워킹맘 생존육아》(한국경제신문)의 저자 박란희 씨의 말이다. 대부분 가정에서 집안일과 육아는 엄마 몫이다. 많은 여성이 결혼 후 ‘커리어 전쟁’을 치르는 이유다.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 아이가 태어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게다가 대학입시와 취업 경쟁이 치열해져 요즘 엄마들은 아이가 취직할 때까지 뒷바라지한다. 아이가 결혼하면 손자 육아까지 떠맡는 경우도 많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여성이 겪는 일이다.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SBS 스페셜’은 3일부터 한국의 엄마들이 평생에 걸쳐 치르는 ‘엄마의 전쟁’을 조명한다. 엄마들이 모여 육아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난 여성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각 집안에 관찰카메라 10여대를 설치하고 열흘에서 2주 정도 촬영해 엄마들의 일상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1부 ‘나는 나쁜 엄마입니까’는 젊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성악가가 되기 위해 해외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된 최인애 씨(31), 육아 때문에 10년간 치열하게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할까 고민하는 워킹맘 양정은 씨(35)의 속마음을 진솔하게 그린다. 10년차 간호사인 남궁정아 씨(33)는 “남편이 자기계발에 힘쓰면 칭찬받지만, 내가 공부시간을 확보하려면 ‘나쁜 엄마’가 돼야 한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2부 ‘캥거루맘의 비밀’에서는 아이들이 자란 뒤에도 엄마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자식의 입시와 취업준비 시기에 엄마들은 더 바빠진다. 관련 정보 수집부터 중요한 결정까지 도맡기 때문이다. 장성한 자식을 둔 중년 엄마들은 아이가 결혼할 상대의 가정환경이나 조건을 보기 위해 ‘대리 맞선’ 자리에 나가고, 결혼한 자식을 위해서는 손자를 돌본다. 대기업 인사팀장들은 “불합격 통보를 낸 날에는 이유를 묻는 엄마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며 혀를 내두른다.

3부 ‘1m의 기적은 일어날 것인가’는 가족 구성원이 서로 1m 길이 벨트를 엮어 메고 48시간을 지내는 체험을 다룬다. 아내의 48시간을 지켜본 남편, 엄마와 72시간을 함께한 딸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이 다큐멘터리가 ‘가정에서 아내는 피해자이고, 남편은 가해자’라는 일방적인 구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여성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를 조명한다.

연출을 맡은 최삼호 PD는 “엄마들이 겪는 전쟁은 단지 몇몇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 사회의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꿈을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된 젊은 엄마는 아이에게 비싼 옷을 입히고 교육에 열을 올린다.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최 PD는 “다큐멘터리를 본 남편이 아내의 고민을 알게 되고, 여성 시청자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복잡한 사회문제에 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