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는 존재 이유 없었다는 말 들을 것"
정의화 국회의장은 10일 쟁점 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에 실패한 것과 관련, 대(對)국민담화를 통해 ‘자아비판’부터 했다. 정 의장은 “전혀 연관이 없는 법들을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주고받는 ‘거래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선진화법이 높은 수준의 타협과 합의보다는 낮은 수준의 ‘거래’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선거구획정안 여야 합의를 재촉하면서 “이것마저도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의 지적대로 19대 국회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법안 가결률(31.6%)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은 19대 국회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여야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야당은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치중했다. 정부·여당의 실패가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내세운 25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발의에서 본회의 통과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31일이었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보이콧 등을 통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다 막판 코너에 몰린 여당을 몰아붙여 원하는 법안을 맞바꾸는 ‘딜’을 하는 것이 야당의 단골 전략이었다.

새누리당은 계파 싸움에 치중하느라 국정에 제대로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당 주도권과 공천권 다툼을 벌이는 사이 주요 경제활성화법들은 정책 타이밍을 잃었다. 국회선진화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을 개정하겠다던 여당 지도부의 공언은 ‘립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을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위선이다”고 한 것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겨냥한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말했다. 정치가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고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기보다 사회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 요인’이 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