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서 전량 수입하던 슈퍼컴퓨터의 국산화에 착수했다. 이르면 2021년께 국산 기술로 개발한 100페타플롭스(petaflops·초당 1000조회 연산)급 슈퍼컴퓨터가 등장할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총 90억원을 투자해 슈퍼컴퓨터 원천 기술 네 가지를 확보하기로 하고 과제를 수행할 연구진을 선정했다고 3일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경쟁국들은 최근 들어 과학 연구와 산업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슈퍼컴퓨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슈퍼컴퓨터 톈허(天河)-2호는 33.86페타플롭스 성능으로 최근 3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존심 회복을 외치며 새 슈퍼컴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은 기상청 슈퍼컴퓨터인 누리가 29위, 미리가 30위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21년께 도입할 100페타플롭스급 슈퍼컴 6호를 완전 국산화하거나 국산화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서울대와 연세대 숭실대 성균관대가 제안한 슈퍼컴퓨터 원천 소프트웨어 기술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벅스 텔러번트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외국인 학자로는 이례적으로 정부 주요 과제를 맡게 됐다. 텔러번트 교수 연구진은 2020년까지 1엑사플롭스(exaflops·초당 100경회 연산)급 자료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모두 필요한 슈퍼컴퓨팅 분야는 다른 분야로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슈퍼컴 6호 개발에 앞서 이번에 확보한 원천 기술로 시험용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안에 슈퍼컴퓨터 개발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