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갑니다" 박 대통령 한마디에…한·중 FTA 비준 속도 낸 새누리
“믿고 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얼굴)이 지난 29일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을 위해 프랑스로 출국하면서 배웅하러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한 말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속히 처리해 달라는 당부였다. 국회로 돌아간 여당 지도부는 야당과 이날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여 30일 새벽 합의안을 도출했다.

여야가 협정 타결 후 1년여를 끌어온 한·중 FTA 국회 비준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박 대통령의 ‘짧고 굵은’ 한마디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은 여당이 서둘러 여야 협상에 임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중 FTA 비준을 위한 여야 협상은 박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한다”고 국회를 비판한 뒤 본격화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파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까지 비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새누리당 지도부에 전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이 끝난 지난 26일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와 한·중 FTA 비준안을 놓고 협상에 나섰다.

여야는 휴일인 29일까지 나흘간 새벽 회동과 심야 회동을 반복한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한·중 FTA 비준안은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지난 26일 처리엔 실패했지만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연내 발효가 가능하게 됐다. 김 대표는 30일 본회의 뒤 “대통령이 파리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 전 비준이 돼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회의 도중 휴대폰으로 파리 시간을 검색해 가며 대통령 일정과 FTA 비준안을 동시에 챙겼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파리 현지 브리핑에서 “한·중 FTA를 포함한 3국과의 FTA 비준동의안이 늦었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환영하며 연내 발효될 수 있도록 후속 절차가 최대한 신속히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FTA 발효를 서두르는 이유도 결국 우리 기업들이 FTA 체결 효과를 통해 무역과 투자를 늘리도록 하는 것인 만큼 관련 부처는 앞으로 기업들이 한·중 FTA 등을 적극 활용하고 그 효과를 체감토록 모든 역량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