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중국 경기·유가 '예측 불가'…기업 "내년 사업, 어찌하오리까"
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침체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재계는 보통 10월부터 내년도 사업계획안 작성을 시작한다. 중점을 둘 사업 분야 등에 대한 전략을 짜고 실적 목표치 등을 정한다. 그러나 올해는 환율을 비롯해 유가와 금리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상당수 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정한 뒤 수시로 수정하거나 계획을 여러 개 준비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사업계획 짜기 너무 힘들다”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만큼 사업계획을 짜기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미국 금리 인상과 세계 경기 상황은 물론이고 노동개혁 등 국내 상황이 워낙 복잡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 재편이라는 변수까지 눈앞에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달 초 계열사별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이달 안에 열리는 사장단 경영전략회의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전 계열사와 공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도 이때 사업계획을 마무리짓는다. 삼성 관계자는 “연말 인사 직후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사업계획을 확정할 것”이라며 “환율 등 기준치를 보수적으로 가져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중순 정몽구 회장이 주재하는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가장 골머리를 앓는 변수는 환율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내년 원·달러 환율을 1180원으로 전망했지만 프랑스 테러 등 새로운 변수가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달러와 엔은 물론이고 러시아 루블화와 브라질 헤알화 등 신흥시장까지 봐야 해 쉽지 않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조만간 사업계획을 확정짓지만, 연말까지 수정 보완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확정하는 사업계획이 사실상 ‘가안’인 셈이다. SK 관계자는 “그만큼 내년 경영환경이 불투명해 사업계획을 수시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업적보고회를 시작해 최근 내년 사업계획 수립을 끝냈다. 원·달러 환율은 1175원 수준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해운 등 일부 해운사들은 변수를 반영하기 위해 3~4개 시나리오별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포스코는 보유 현금 한도 내에서 투자한다는 큰 그림 정도만 그리고 있다. 효성도 내년도 투자계획을 정하지 못했다.

○사업 재편과 외형 성장이 화두

상당수 기업이 내년에 사업 재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구조조정이 한창인 철강·조선·해운·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은 정상화 이후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구조조정성 재편 외에 삼성과 롯데의 석유화학 부문 빅딜처럼 집중화를 위한 사업 재편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기업들의 자율적인 사업 재편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글로벌 경쟁력을 위한 사업 집중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 하락 등에 따른 매출 감소, 즉 외형 축소를 극복하는 것도 내년 사업계획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경영환경’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내년 중점 추진할 경영전략으로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 내실화’(4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은 ‘시장점유율 확대 등 외형 성장’(30.5%), ‘연구개발(R&D) 투자 등 성장잠재력 확충’(13.7%) 등의 순이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