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해체, 도발적인 글쓰기…2030 작가, 기존 문단에 도전장
2010년대 등단한 2030 작가 두 명이 각각 첫 소설집을 냈다. 이들은 전통적 이야기 창조에서 한발 비켜서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문학과지성사)를 낸 김엄지 씨(27)는 젊은이들이 마주하는 팍팍한 현실을 거칠고 도발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오한기 씨(30)는 《의인법》(현대문학)을 통해 한국 소설에서 흔히 보던 등장인물과 배경을 모두 해체하며 독자를 자기만의 공간으로 이끈다.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김씨는 첫 소설집에 이야기 아홉 개를 담았다. 소설 속 주인공은 뭘 해도 안 풀리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건실한 모습으로 분투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하는지 통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태다.

첫 번째 수록작 ‘돼지 우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친구 ‘라라’는 번듯한 직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동네 고깃집에서 ‘1주일에 세 번 이상 나와 돼지가 될 때까지 돼지고기를 먹는 조건’에 월 100만원을 받기로 한다. ‘삼뻑의 즐거움’ 주인공은 어린 아들이 집안에 먹을 쌀이 없어 걱정하는데도 아들의 육상대회 트로피를 담보 삼아 도박판에 나간다. 표제작의 주인공도 특별한 이유 없이 다이빙을 하겠다며 산속을 헤맨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지를 알 수 없어 공감하기도, 화내기도 어려운 것이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의 특징이다. 목적도 희망도 없는 ‘불안’과 ‘낯섦’을 거치면서도 귀엽게 표현하는 것이 김씨 소설의 매력이다.

201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한 오씨의 첫 소설집에도 단편 아홉 개가 담겼다.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독자라면 조금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의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 속 인물과 구조 만들기에서 과감히 탈피한다. ‘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는 펜션을 관리하며 시나리오를 쓰던 주인공 앞에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한다. 다른 단편 ‘유리’에선 전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자 파리로 가던 주인공이 비행기에서 킬러 유리를 만난다. 전처의 결혼 상대와 다툰 주인공은 유리에게 그를 없애달라고 말해버린다.

오씨 소설 속에는 외국 지명, 인명이 가득하다.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힌 한국 기성 문단에 문제의식과 나름의 길을 제시하는 행위로 읽힌다. 두 작가의 첫 소설집은 문학이 다룰 수 있는 범위와 표현 방법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