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도 '기업 성금'으로 풀겠다는 국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피해를 보는 농어촌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수출기업들에서 연간 1000억원 정도씩을 거둬 가칭 ‘농어촌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야당이 한·중 FTA 비준 동의의 전제 조건으로 주장했던 무역이득공유제 도입을 여당이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원유철 새누리당·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김정훈 새누리당·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2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회동을 하고,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을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전제조건으로 이 같은 농어촌 피해 대책을 추가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추가한 농어촌 피해 대책의 핵심은 농어촌상생기금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한·중 FTA로 혜택을 보는 수출기업 등이 이 기금에 출연하도록 하고, 이 돈을 농어촌 특산물 구매 등에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농어촌상생기금은 연간 1000억원 정도씩 모으는 걸 목표로 할 계획”이라며 “기업의 자발적 출연을 유도하기 위해 출연금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동반성장지수 평가 때도 가점을 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농어촌상생기금이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야당이 세금으로 강제 징수하자고 주장했던 무역이득공유제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는 세금 형태는 아니더라도 기금 출연 자체가 준조세이므로 사실상 무역이득공유제가 도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가 아무리 자발적인 출연이라고 강조해도 그런 기금이 생기면 주요 대기업은 준조세로 생각해 돈을 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