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결정, 유럽의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여부 등 연말까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 이벤트가 산적해 있어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초점] 증시, 연말 정책 이벤트 활용법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여부보다는 오히려 유럽의 추가 완화책에 주목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논의와 파리 테러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고승희 대우증권 연구원은 27일 "다음 달 3일 유럽중앙은행(ECB) 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경기부양책이 발표될 것"이라며 "핵심은 매월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의한 유로존 경기 하강 압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ECB가 추가 통화정책 완화 조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20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채는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가 회복 중에 있으나 최근 하방 위험이 확대된 상황"이라며 "목표 물가상승률 2%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경기를 자극할 수 있는 양적완화 또는 금리 추가 인하 등 모든 조치 취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ECB의 부양책이 시행된다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관건은 채권 매입 규모 확대와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투입 확대다.

고 연구원은 "양적완화가 추가 시행될 경우 유로화 약세와 더불어 유로 캐리트레이드 자금(낮은 금리로 유로화를 빌려 투자하는 방식)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단순히 금리인하 정책만 나오게 된다면 시장은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CB의 양적완화가 확대될 경우 과거 경험상 유로캐리 자금 유입에 따른 철강, 건설, 조선 등 대형주 내 낙폭 과대 업종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 만일 양적완화가 시장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기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

ECB 추가 경기부양책과 함께 신흥국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이벤트로는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이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F는 오는 30일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하기로 했다.

SDR은 IMF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로 IMF 가맹국이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SDR은 외환보유액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가 국제통화가 된다는 것으로 의미한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 가치를 높이고 미국 달러화 강세 기조를 진정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흥국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점점 중국 통화 가치와 신흥국 금융시장의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가 SDR에 편입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위안화 강세와 이에 따른 해외자금 유입은 중국 내수 경기를 호전시켜 신흥국 관련 위험도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4일 열리는 OPEC 총회에서 이뤄지는 감산 논의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원유시장 안정을 위해 OPEC 회원국, 비회원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 감산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이란과 이라크 등 또 다른 회원국의 증설이 예정돼 있어 실질적인 감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만약 OPEC이 현재의 산유량을 유지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2003년 이후 월말 코스피 평균수익률을 살펴보면 2013년과 2014년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제유가 급락이 배경"이라며 "12월 증시를 대응하는데 있어 핵심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