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내년부터 필수예방접종…부담 줄어든다
내년부터 만 12세 여아 대상의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 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될 예정이어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현재 일반병원에서 1회 주사에 12만~15만원대에 달하는 프리미엄 백신에 속한다.

예방효과를 위해서는 어린이도 2회 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는 덕분에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지난해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가 불거진 후 여아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은 전 세계 130여개국에서 접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포함한 전 세계 58개국에서 필수예방접종으로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산부인과연맹(FIGO) 등 여러 보건기구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확인한 백신”이라며 “이를 근거로 각 나라에서는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암 2위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 백신, 내년부터 필수예방접종…부담 줄어든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암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성에게는 위중한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3500여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있으며 매년 4000여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자궁절제술 원인 1위로 자궁경부암이 꼽힐 정도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발병 원인으로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에서 앞다퉈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만 어렸을 때 백신접종을 해야 예방률을 높일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발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로 만 14세 이하 여아는 2회 접종으로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20~30대로 연령이 올라가면 접종 회수가 3회로 늘어날 뿐 아니라 예방효과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내년부터 만 12세는 무료 접종

보건복지부는 2016년 신규사업으로 ‘자궁경부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159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예산사정 등을 감안해 내년 필수예방접종 연령은 만 12세가 유력하다. 총 3회를 접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성인과 달리 만 9~14세 여야는 2회 접종으로 예방효과를 볼 수 있어 비용효과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보건기구도 만 9~14세 이하 여야의 2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면역학적 측면에서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에 노출되기 전인 청소년 시기에 접종하는 것이 면역반응이 우수하기 때문에 만 12세 여아 대상 자궁경부암 백신 NIP 도입시 백신 접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안전성 문제는 없나

지난해 초 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한 발열 구토 등의 이상반응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백신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이상반응에 국내에서 유독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일본에서는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약청(EMA) 산하 약품안전감시위험평가위원회(PRAC)는 HPV 백신접종에 따른 유병률이 100만명당 약 150명으로 일반질병 추계와 다르지 않은 만큼 HPV와 일부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최근 자궁경부암 백신은 국가 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시키는 국가들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2015년 7월 현재, 필수예방접종 국가 58개국을 포함해 전 세계 65개국에 도입돼 있다. OECD 가입 국가 34개국의 85.3%인 29개 나라가 자궁경부암 백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도입한 여러 선진국에서 다양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세계보건기구가 권고와 발표문을 통해 우수한 안정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