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딱정벌레·독수리·곰·까마귀는 '자연의 장의사'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거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선인들의 말은 무슨 뜻일까. 미국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는 《생명에서 생명으로》에서 “이런 질문들의 답은 모두 자연 속에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죽음은 한 존재가 변형되고 재생되는 순환 과정의 일부”라고 말한다. 철학적·종교적인 사유에서 나온 통찰이 아니다. 생물학 실험을 하며 동식물의 삶을 꾸준히 지켜봐 온 저자의 눈에 비친 자연의 현실이다.

저자는 죽은 동식물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관찰해 기록했다. “사체는 죽음이 아닌 생명의 현장”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구더기 딱정벌레 큰까마귀 독수리 곰 등 ‘자연의 장의사’들이 서로 경쟁과 협업을 하며 사체를 분해하고, 영양분을 얻어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과정이 생명체 간 강한 연결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죽은 나무의 분해 과정에 숲 생태계의 건강이 달려있다. 나무는 작은 곤충과 버섯, 세균 활동을 통해 분해돼 새로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양분이 된다. 물에 쓰러진 경우엔 물 흐름을 막아 물고기 서식지를 조성한다.

저자는 “인간 또한 다른 생명으로 통하는 통로”라고 결론 내린다. 인간은 나무의 잔해로 불을 피워 문명의 시동을 걸었고, 죽은 고대 동식물에서 얻은 화석 에너지로 발전을 이뤘다. 땅에 묻힌 주검은 딱정벌레와 풀, 나무를 거쳐 재순환된다. 그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생각하면 각자의 주변 세계를 넘어 다른 생명과의 연계 속에서 자신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