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연쇄 테러] 서방 'IS 보복전' 가능성…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폭
‘파리 테러’가 가뜩이나 취약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끌어내리면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 증시는 물론 외환과 상품시장에 차례로 충격을 가하면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유럽증시 급락 전망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는 투자심리를 급랭시키며 증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인 유로넥스트 대변인의 말을 인용, 프랑스 증시가 16일 정상 개장할 계획이지만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급격한 지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4년 3월 191명이 숨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열차폭탄테러 사건으로 스페인 증시의 IBEX35 지수는 하루에만 2.2% 급락했다. 2005년 7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당시에도 FTSE 100지수는 1.4% 하락했다.

영국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주가가 2~3% 떨어지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며 “여행 및 관광업체, 보험사부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테러가 역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며 하락 추세를 보이는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테러가 발생한 13일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에 비해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2분기 성장률(0.4%)은 물론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다.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0%에 머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인 2.0%에 한참 못 미쳤다.

한 시장 전문가는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 공습에 참가한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이 잠재적 테러 대상국으로 거론되면서 유럽 각국이 국경검문을 강화하고,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연말 관광과 내수경기가 급랭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태 장기화로 불확실성 증폭

이번 테러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유로화 약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씨티은행은 15일 낸 보고서에서 “당장 경제에 큰 충격이 오진 않겠지만 유럽 GDP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한 뒤 “ECB가 더 폭넓은 통화완화정책을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이번 테러가 서방의 IS에 대한 보복전쟁으로 이어질 경우다. EU 집행위의 프란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13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EU에 남은 유일한 대안은 전쟁”이라며 “EU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IS 격퇴에 전면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제사회와 IS 간 대립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티는 보고서에서 “유럽과 중동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달러화와 미 국채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그동안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았던 금값과 유가에는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는 중국의 제1 교역권

EU는 중국의 최대 교역대상이자 한국의 3위 수출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테러가 아시아 경제 전반의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최근 경기 둔화와 경착륙 우려로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유럽의 경기부진 심화는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던 신흥국에도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

한국과 EU 간 직접 교역도 감소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의 대(對)프랑스 수출액은 20억달러로 전 세계 국가 중 29위였다. 같은 기간 대EU 수출액은 500억달러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조진형 기자/뉴욕=이심기 특파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