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취업상담회'.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지난 4일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청년인재 일본기업 취업상담회'.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 김봉구 기자 ] 지난 4일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 말쑥한 정장 차림 청년이 고층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방금 전까지 유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던 입에서 부산 사투리가 흘러나왔다. 입사면접을 마친 후 친구에게 만나자고 통화하던 참이었다.

호텔에서, 일본어로 진행된 조금은 특이한 이 리크루팅의 정체는 ‘청년인재 일본기업 취업상담회’였다. 이날 하루 행사가 열린 호텔 41층을 드나든 젊은이는 줄잡아 70여명에 달했다. 일본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대학생과 구직자 약 200명 가운데 서류심사 통과 후 채용면접에 참석한 숫자였다.

이번 상담회는 3~5일 부산에서 열린 제22회 한·일(큐슈)경제교류회의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주 후쿠오카총영사관이 주최하고 부산광역시 협력을 얻어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주관으로 개최됐다.

큐슈 지역 제조·서비스기업 17곳이 행사장에 부스를 차렸다. 매출 3065억엔(약 2조8720억원) 규모의 ㈜JTC는 면세점 판매직을, 매출 1415억엔(약 1조3260억원)인 서일본철도㈜는 사무직을 구하는 등 관심을 끌 만한 기업들이 보였다. 사전 1차 서류심사에 합격한 한국 청년 74명이 2~3차 1:1 면접을 거쳐 17명 이상 취업하게 된다. 참여 기업당 최소 한 명씩 채용하는 셈이다.

행사를 주관한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측은 “수요가 있는 일본 기업과 한국 청년인재를 매칭(matching)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지난 7월 한일 양국 정부와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실무자 회의에서 큐슈 현지 기업의 한국 청년인력 채용 수요를 조사해 상담회를 열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라고 귀띔했다.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제공
한일경제협회 설명에 의하면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청년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4월 기준 청년실업율은 10.2%, 고용률 60.3%였다.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로 고용환경이 개선돼 유효구인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일손이 달린다. 저출산 고령화 탓에 2013년 하반기부터 일본 내 전 산업에 걸쳐 고용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즉 상담회를 통해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대학생이나 구직자들이 청년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일본 기업에 취업하면 상호 윈-윈(Win-Win)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관계자 역시 인식을 같이 했다. 전날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이상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은 인사말에서 “올해 진행하는 일본기업 취업상담회는 한국의 유능한 인재들이 일본 경제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최근 한일 양국 정상이 3년 반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다양한 교류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만큼 구체적·실질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소 유타카 큐슈경제연합회장도 “일본은 고령화로 젊은 인재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는데 한국은 청년들이 구직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한국 학생을 일본 기업이 채용하는 등 양국의 교류 활성화방안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함께 찾아가자”고 화답했다.

일본 기업의 적극적 해외 진출에 따른 글로벌 인재 수요 증가, 최근 양국 정부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비롯한 청년인재 교류 확대 움직임도 한 요인이다.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관계자는 “이번 상담회에서 채용 확정된 인원에 대해선 일본 내 인재 알선 전문기관을 통한 취업비자 발급, 보험 가입 등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며 “일본 취업 시즌인 내년 4월께 17명 이상이 최종 입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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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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