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화학 빅딜'] 삼성의 발빠른 사업재편…전자·바이오 등 역량 집중
삼성은 2013년부터 계열사 사업 재편을 진행해 왔다. 전자 금융 등 핵심사업을 강화하고 다른 사업은 매각하거나 정리했다. 정리 중인 대표적인 사업부문이 화학이다. 삼성의 화학사업은 그룹 내 여러 사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매년 어느 정도 영업이익은 내왔지만 수년 내 주력사업이 되긴 어려운 처지였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6개 회사를 통해 화학사업을 벌여왔다. 제일모직 케미컬 부문과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석유화학 등이다. 삼성은 치밀한 계획하에 이들 회사 정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2013년 그룹의 모태 중 하나였던 제일모직에 손을 댄 게 시발점이었다. 그해 9월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떼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것. 패션사업은 오너 일가인 이서현 사장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나 마찬가지인 에버랜드에 넘겨 그룹에 남기기로 한 것이다.

이어 다음해 3월 제일모직 케미컬 부문을 삼성SDI로 넘겼다. 이로써 제일모직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물산에 합병되기 전에 다시 법인명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지난 9월 삼성물산과의 통합으로 이름마저 사라지게 됐다.

또 작년 6월에는 삼성석유화학을 삼성종합화학에 합병시킨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묶어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화학사업은 제일모직 케미컬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3개만 남게 됐다.

삼성은 삼성종합화학 등을 한화로 넘기는 작업을 마무리한 지난 8월 이후 후속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정밀화학이 2차전지 소재사업을 삼성SDI에 넘기고, 대신 자회사 삼성BP화학 지분을 받았다. 또 수원 전자소재연구단지 내 건물은 삼성전자에 팔았다. 이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그룹 간 사업적 관계를 끊고 지분구조를 단순화해 매각하기 쉽게 하는 작업이었다.

이후 삼성정밀화학 등을 묶어 다른 화학기업에 매각하는 작업에 나섰고 결국 30일 롯데에 이들 3개사를 한꺼번에 넘기는 것으로 결론났다.

삼성은 이번 롯데와의 빅딜이 마무리되면 화학사업을 완전히 정리한다. 시장은 삼성의 이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방위사업과 화학사업을 정리한 삼성이 향후 어떤 업종에 손을 댈지 궁금해하고 있다.

유력한 업종은 건설 중공업 부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면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며, 삼성엔지니어링도 최근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분기 적자를 내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