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토종어류 늘어나…헛짚은 환경단체
‘인공적으로 만든 콘크리트 어항’,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죽은 하천’, ‘환경오염만 존재하는 죽은 어항’. 환경단체가 그동안 청계천을 비판할 때 항상 써왔던 표현이다. 이런 주장은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청계천 재복원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사실일까. 서울시는 지난해 청계천 어류 변화상을 조사한 결과 복원 10년 만에 서식 어류가 20종으로 늘어나고 토종어 위주로 어종이 안정됐다고 29일 발표했다. 피라미와 참갈겨니, 버들치, 참붕어, 몰개, 치리, 참마자, 버들매치 등 20종의 어류가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평균 5~6종의 어류가 존재하는 도심 소하천의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른 하천에 비해 종 다양성이 높고 수질이 깨끗하다는 얘기다.

청계천에 서식하는 참마자(위)와 치리.
청계천에 서식하는 참마자(위)와 치리.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청계천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 생태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철새가 날아들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물고기가 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청계천은 조선시대 서울의 자연 배수로였다. 사람들이 버리는 각종 하수와 오물을 서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했다. 서울시 산하 청계천시민위원회에서 활동한 A위원은 “과거에도 청계천은 깨끗한 하천이 아니었다”며 “재복원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도 없이 몇몇 위원이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계천뿐 아니라 한강도 마찬가지다. 지난 28일 서울시의회 주최로 열린 신곡수중보 철거 관련 토론회에서 환경단체와 일부 교수는 신곡수중보가 한강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개발 전에는 한강에 73종의 어류가 서식했는데 2007년에는 10종 이하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서울시가 2012년 발표한 ‘제7차 한강생태계 조사연구’에 따르면 한강의 동·식물은 한강 개발이 시작된 1980년대와 비교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87년 41종이던 어류는 1990년 21종으로 줄었다가 2002년 57종, 2012년엔 69종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신곡수중보 철거 및 청계천 재복원과 관련해 환경단체의 뒤에 숨어서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계천 재복원은 청계천시민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신곡수중보 철거도 국토교통부에 결정을 떠넘기고 있다. 대신 신곡수중보 철거에 앞장서는 P교수가 내놓은 용역 결과를 ‘팩트’라며 정부에 들이대고 있다.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따를 뿐이라는 게 서울시의 논리다.

한 시 고위 관계자는 “자문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도 결국엔 환경단체에서 활동한 일부 교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며 “시 고위 간부들조차 이들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