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 자유항행권을 놓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남중국해 난사군도에 건설 중인 중국의 인공섬 인근 12해리(22㎞) 이내로 미국이 이지스 구축함 라센호를 진입시키자, 중국은 군함 두 척을 긴급 투입해 라센호를 추적하는 등 무력시위로 맞대응했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 없이 끝났지만, 긴장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국제법상 인공섬은 영토(섬)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항행·비행의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엊그제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지역이면 어디든 비행하고 항해하며 작전할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앞으로도 수주 또는 수개월 동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그들대로 강경하다. 미국의 도발, 주권 침해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반발하면서 이 해역의 영공을 비행하려 할 때 사전 통보토록 하는 항공식별구역 선포까지 검토 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일각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중순 필리핀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는 점을 들어 타협 가능성을 예상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두 정상은 미국에서 연 회담에서도 남중국해를 놓고 격렬하게 맞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중국의 신형 대국 관계의 정면 충돌인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청와대 측은 “국제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런 입장을 미국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남중국해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항로다. 수출입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이곳을 통과한다. 당연히 자유항행권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이 해역에서의 자유항행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 호주에 이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과도 공조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해양국가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