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케이웨더의 악연…5년째 '진흙탕 싸움'
48억원짜리 기상장비인 라이다(LIDAR·사진)를 놓고 기상청과 민간 기상업체 간 갈등이 5년째 계속되고 있다. 국내 기상산업 육성은 외면한 채 양측이 수차례 맞고소를 하고, 사정기관에 투서를 넣는 등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상청 산하 기상산업진흥원은 지난 20일 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국내 최대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진흥원은 “케이웨더가 2011년 공항용 라이다 구매사업 입찰에 참여하면서 허위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성능을 속였으며, 가격을 20억원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라이다 입찰에 관여한 진흥원 전·현직 직원을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 만이다.

라이다는 공항 활주로에서 갑자기 부는 돌풍을 탐지해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돕는 장비다.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케이웨더가 프랑스 업체 장비를 들여와 기상청에 납품했다. 논란의 핵심은 케이웨더가 납품한 라이다의 성능이 정해진 규격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당시 기상청은 2011년 입찰 직전 라이다 장비의 최대 탐지반경 규격을 종전 15㎞에서 10㎞로 완화했다. 이에 케이웨더의 경쟁업체인 W사와 기상청 일부 직원이 “당초 제품규격을 기상청이 의도적으로 변경했다”며 국무총리실과 경찰에 투서를 넣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당시 기상청장과 케이웨더 대표가 유착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 8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장비 납품대금 지급을 놓고 기상청과 케이웨더는 민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상청은 2013년 3월 이후 ‘라이다 장비가 당초 규격에 미달한다’고 입장을 180도 바꿨다. 지난해 1심에선 “진흥원이 계약 원금 대금을 주라”고 케이웨더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선고는 이달 말 내려질 예정이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48억원짜리 라이다는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 방치돼 있다.

진흥원의 이번 고소는 최근 검찰이 진흥원 전·현직 직원들을 기소하는 등 검찰 수사가 케이웨더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자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상청 고위 관계자는 “케이웨더가 자사 이익을 위해 고소와 투서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케이웨더 측은 “라이다 사건 이후 기상청이 보복 차원에서 모든 발주사업에서 케이웨더를 배제하면서 기상업체 죽이기에 나섰다”고 반박했다.

라이다 갈등의 내면엔 S대와 Y대로 양분되는 기상업계의 고질적인 학연이 자리하고 있다. 기상청을 비롯한 기상업계에는 S대와 Y대 기상학과 출신이 대부분이다. 2011년 당시 Y대가 주축이 된 진흥원 간부 및 업체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라이다 관련 투서를 시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기상전문기자 출신인 전 청장 및 케이웨더 대표 등의 신진 세력과 기상청 주류 공무원 간 갈등에서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