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63)은 “정부 지원을 받아 정보통신기업이 밀집한 판교에 ICT융합대학원을 설립할 것”이라며 “이곳에서 산업체 임직원들이 교육을 받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산학협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산업체 직원들이 대학에 와서 교육을 받았지만 이제는 대학이 산업현장으로 가야 한다”며 “산학협력을 통해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한국에서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가 나오려면 인문대생에게도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해야 한다”며 “서울·수원캠퍼스의 모든 학생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도록 전교생에 대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건학기념식에서 ‘뉴챌린지 프로젝트(New Challenge Project)’ 선포식을 열었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성균관대가 추진하는 ‘비전 2020’을 향해서 달려온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은 교육과 연구, 글로벌, 명품 인재 양성을 위한 전략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건학 617주년과 비전 2020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뉴챌린지 프로젝트를 선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취지입니다. 교육과 연구, 글로벌, 산학협력, 경영혁신 등 다섯 가지 분야에서 성균관대가 대학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고 글로벌 이슈를 이끌어나가려고 합니다.”

▷해외 대학과의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강조했는데요.

“비행기를 이용해본 분들은 항공사의 얼라이언스 시스템을 잘 알 겁니다. 해외 항공사를 이용해도 승객들은 국내 항공사와 동일하게 마일리지와 각종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항공사는 고객은 물론 항공기, 공항, 승무원까지 공유하는 시스템입니다. 우리 대학은 이 같은 얼라이언스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무크(MOOC·온라인공개강좌)를 통해 학점 교류를 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대, 푸단대, 미국 인디애나대 등과 학생, 교수, 교육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최고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대학 일부 교수 연구실은 실시간 화상 연결으로 해외 대학 연구실과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성균관대 학생들은 얼라이언스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명문대학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대학 교육이 산업현장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금까지의 산학협력 방식은 산업체 직원들이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이 산업체 밀집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균관대가 지난달 말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그랜드(GRAND) ICT연구센터’ 주도 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밀집한 판교에 ICT융합대학원을 세울 것입니다. 내년부터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성균관대 주도로 경희대, KAIST 일부 교수들이 함께할 것입니다. 산업체에 있는 직원들이 ICT연구센터에서 교육을 받아 학위를 취득하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교수들이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현장교육을 위해 기업에서 일했던 임원들을 산학협력전담교수로 채용할 생각입니다.”

▷전교생에 대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선언했는데요.

“단순히 SW 교육을 교양 수준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 얘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 대학 학생들이 SW 역량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SW 특기자 전형을 매년 100명까지 확대하고, 100%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 학생들은 SW학과뿐 아니라 이공계의 다양한 전공을 이수하면서 미래 SW과학 한국의 인재로 성장할 겁니다. 아울러 모든 인문계 학생도 연계전공을 통해 SW를 전공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성균관대는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DNA를 제대로 심어주는 유일한 대학이 될 겁니다. ‘한국에서는 왜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저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생각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성균관대에서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워보려고 합니다. 잡스 같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와 융합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가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대학을 만들어 이런 인재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기 위해 산업체에 임원으로 있던 분들을 적극적으로 교수로 모실 생각입니다.”

▷논문 위주의 이공계 교수평가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대학은 양적 성장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의 논문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보릿고개를 넘기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한국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제는 질적 성장을 할 때입니다. 논문 위주의 교수 평가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겁니다. 예를 들어 순수학문인 자연과학계열 교수들은 여전히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급 논문을 많이 써야겠죠. 하지만 산학협력이 중요해지는 공학계열의 경우 교수 평가를 할 때 기술이전이나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더 비중을 두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평가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생각입니다.”

▷삼성이 재단을 맡으면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우선 경영 혁신입니다. 과거 교직원 사회는 수직적이고 경직돼 있었습니다. 교수들도 전문가이긴 하지만 실무 행정까지 능숙한 것은 아닙니다. 반면 삼성에는 뛰어난 실무경영 전문가가 많습니다. 삼성이 1996년 말 재단으로 들어오면서 삼성의 경영 혁신 마인드가 학교 곳곳에 뿌리내렸습니다. 이후 정책 결정을 할 때 비전을 고려한 종합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울러 삼성은 성균관대에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성균관대는 삼성으로부터 매년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과의 공동연구 등을 통해 수원에 있는 자연과학캠퍼스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성균관대는 소프트웨어학과, 반도체학과 등을 통해서 삼성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해 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정규상 총장 약력

△1952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고 졸업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성균관대 법학 박사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성균관대 법대 교수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부총장 △한국민사집행법학회 회장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