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침구시장 1위에 오른 에버피아의 비결
“베트남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직원들의 인식을 바꿔놓아야 합니다. 뇌물의 고리로 얽혀져 있는 관행을 청산해야 지속 가능하게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침구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에버피아의 이재은 대표(사진)의 말이다. 그는 지난 8일 현지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흥옌에 있는 에버피아 제3공장을 방문한 중소기업 가업승계협의회 소속 20여명과 만나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고품질, 고가격 정책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품질, 고급화로 시장 개척

이 대표는 2004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회사를 처음 인수할 당시의 상황부터 설명했다. 그는 “임원부터 말단 생산직 직원까지 생산성을 높여 돈을 더 벌기보다 회삿돈을 빼돌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부패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직원 95%를 내보냈다”고 털어놨다. 빈자리는 새로운 직원들로 채웠다. 몇 년간 어려운 시절이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교육을 이어갔다.

베트남 침구시장 1위에 오른 에버피아의 비결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2008년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했다. 성과가 좋은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주식을 나눠줬다. 회사가 돈을 벌면 열심히 일한 직원은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 셈이다. 에버피아는 2010년 호찌민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주가가 상장가보다 5배 이상 뛰었다.

성과가 우수한 현지 직원에게는 파격적 대우도 해줬다. 이사로 선임하고, 현지인 평균 임금의 20배가 넘는 월급을 줬다. 직원들에게 고임금을 주는 대신 고급화 전략을 동시에 폈다. 그 결과 에버피아는 지난해 3539만달러(약 4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시장점유율 25%로 업계 1위다. 이 대표는 “철저한 직원 관리와 더불어 고급화 전략을 통해 성과를 이뤘다”며 “베트남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은 고급 브랜드인 에버피아를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도시 인근 섬유업체 불가

베트남 투자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문화뿐 아니다. 하노이에서 만난 도 티 꾸잉 응아 북베트남투자유치센터 부회장은 가업승계협의회 회원들에게 “앞으로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하이테크, 친환경, 바이오업종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정부의 투자유치 전략이 이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는 정보기술(IT), 부품소재 등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고 지방도시는 업종에 관계없이 투자를 받고 있다. 정부가 인증한 하이테크업종은 최대 17년간 법인세(22%)를 50% 감면받는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생산기지뿐 아니라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인구는 1억명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소비성향이 강한 30세 이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하노이소장은 “최근에는 내수시장을 겨냥해 중소기업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베트남 투자총액은 연 200억달러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투자 건수는 80% 이상 증가해 중소기업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신봉철 가업승계협의회장(뉴지로 대표)은 “이번 베트남 방문은 생산기지와 거대한 내수시장의 가능성을 동시에 살펴본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흥옌=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