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중견기업 레이캅이 독점하던 침구청소기 시장이 글로벌 생활가전업체들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침구청소기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최근 수년 내 삼성, LG, 다이슨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업체들마다 청소 방식이 다른 제품을 내놓고, 경쟁업체의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비난하고 있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기술 전쟁터'된 침구청소기 시장
침구와 매트리스에 있는 진드기와 각종 미세먼지를 청소하는 침구청소기는 2007년 레이캅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전에는 진드기 등을 없애려면 빨아서 햇볕에 말리는 수밖에 없었다. 침구 속 진드기들은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을 먹으며 빠르게 번식한다.

진드기가 어린이의 아토피는 물론 피부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등에서 침구청소기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정확한 조사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침구청소기 시장 규모가 약 900억원, 세계 시장은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수년 내 삼성, LG는 물론 세계 청소기 1위 업체인 영국 다이슨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각 업체 제품의 청소 방법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다이슨은 홈페이지에 “자외선과 진동을 이용한 청소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강한 흡입력으로 진드기를 빨아들이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침구청소기에 자외선이나 진동 기능을 달아놓은 한국 업체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다이슨 측은 “자체 연구소에서 조사 결과 다른 회사 제품보다 최대 5배 많은 진드기와 이물질을 빨아들였다”고 강조했다.

다른 업체들은 “무조건 세기만 한 흡입력은 매트리스를 덮고 있는 침구를 망가뜨려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에선 주로 매트리스 위에 침구를 덮어놓고 사는데, 이를 세게 빨아들이면 침구가 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이슨은 자사 제품을 ‘매트리스 청소기’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진동, 솔질, 자외선 등의 추가 기능을 사용한 것은 침구를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자외선을 쏘이는 동시에 진동으로 침구를 두드리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방식을 쓰는 레이캅 측은 “일본 시험기관에서 3분 청소만으로 90% 이상의 진드기를 빨아들인다는 인증을 받았다”며 “자외선은 진드기의 활동을 둔화시킬 뿐 아니라 침구의 각종 세균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슨 제품은 진드기는 빨아들이더라도 살균 기능은 없다는 얘기다.

삼성은 빠른 브러시로 침구 위의 먼지를 쓸면서 빨아들인다. LG는 강하게 침구를 두드리면서 먼지와 진드기를 흡입한다. 두 업체는 청소 후 먼지통과 청소기를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삼성과 LG는 각각 독일과 일본 기관에서 95% 이상의 진드기를 없애준다는 인증을 받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다이슨은 자체 연구소 실험 결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 업체들은 외부 기관에서 인증받았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막상 국내에서는 침구청소기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줄 수 있는 연구소나 기관이 없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삼성, LG, 레이캅이 모두 해외에서 인증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인증자료가 없다 보니 비방성 성능 경쟁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